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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와 닮은꼴… 스릴러로 되살아난 브라질 군부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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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와 닮은꼴… 스릴러로 되살아난 브라질 군부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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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브라질, '마르셀루'는 오랜만에 고향 헤시피로 돌아온다. 그곳에는 아들 '페르난두'가 기다린다. 도착하니 카니발이 한창이다. 거처를 잡고 일자리를 얻는다. 처가에 맡긴 아들과도 재회한다. 하지만 과거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아무래도 그는 석연찮은 비밀을 감춘 것 같다.

노란색 폭스바겐 비틀에 탄 남자가 주유소에 들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터엔 간신히 가려놓은 시신이 썩어가고 들개가 주변을 맴돈다.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현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며칠 전 기름을 훔치다 다른 직원의 반격에 죽은 도둑이라 한다. 경찰은 카니발 축제 대처로 바빠 며칠 후에나 도착 예정이다. 그때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고속도로 경찰이 당도한다.

직원은 반기지만, 경관은 시체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는 비틀을 몰고 온 남자에게 용무가 있다. '삥'을 뜯기 위해서다. 하지만 빈털터리 남자는 담배라도 가져가라며 건넨다. 기대와 다른 반응에 경찰은 못마땅한 듯 철수한다. 남자에겐 순탄하지 않은 앞날 예고다. 한편 그가 향하는 항구도시 헤시피에선 지역신문 1면을 장식하는 사건이 터졌다. 포획한 상어 뱃속에서 사람 다리가 튀어나온 것.

해부학 수업 중 발생한 사건이라 즉시 경찰이 출동한다. 서장까지 행차했다. 썩어가는 냄새에 보관상태가 왜 이렇냐 하니 냉장고 고장이란다. 하지만 서장 일행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한다. 그들에겐 이걸 어떻게 은밀히 처리할지가 문제일 뿐이다. 카니발 축제에서 91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해당 사건과 같은 면에서 경합한다.

얼핏 사건들은 별 연관이 없다. 부패 경찰, 충격적 가십, 광란의 축제 부작용은 눈살 찌푸릴 일일지언정 개별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건 다 거대한 풍속화 마냥 1977년 당대 브라질 사회를 압축한 퍼즐이다. 도입부는 그렇게 개시된다. 이윽고 화면에 제목과 함께 2시간 40분 대작을 구성하는 세 파트 부제가 차례로 등장한다. '소년의 악몽'-'신원 확인소'-'수혈'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대체 어디로 향할까?

1977년-브라질-헤시피

영화 속 풍경은 흔히 상상하는 '브라질' 이미지 종합판과 같다. 카니발 축제에 들뜬 사람들은 도로 곳곳에서 기괴한 가면을 쓴 채 불쑥 튀어나와 놀라게 하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물을 끼얹으며 일탈을 만끽한다. 어둑해지면 도시 곳곳 남녀노소 뒤엉켜 춤과 음악으로 밤을 새운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열광하며 흥분은 열병처럼 거리를 잠식한다.

사람들은 자극을 원한다. 마르셀루와 오랜만에 만난 장인어른은 극장 영사기사로 일한다. 지금 한창 스티븐 스필버그의 '블록버스터' <죠스>가 히트작이다. 물 밑에서 식인상어는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효과음과 불길함만으로 관객의 공포를 심연에서 끌어올린다. 극장은 연일 만석을 이루고 아직 나이가 덜 찬 페르난두도 보고 싶다며 떼를 쓸 정도다. 그런 한편 실제로 상어 뱃속에선 시체 다리가 통째 튀어나온다. 해변도시에서 그냥 영화로만 볼 일이 아닌 셈.

카니발은 그저 신명 나는 축제가 아니다. 원초적 광기가 들끓고 사고가 속출한다. 서장은 남의 일 얘기하듯 91명 사망 보도에 100명은 죽었을 거라며 대수롭잖게 넘긴다. 마치 '분홍신' 신고 죽을 때까지 춤추는 집단광기와 다를 바 없을 지경. 개발과 성장에서 낙오된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 사람들에겐 지루한 삶을 잠시라도 잊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일지 모른다. 그러나 찰나의 축제는 그들이 처한 엄연한 삶을 지울 수 없다.

얼핏 자유분방한 카니발 기간에도 헤시피 곳곳엔 기이한 '도시 전설'이 횡행한다. '털 난 다리' 괴담이다. 다리 한 짝이 인적 드문 야밤에 사람들을 습격한다. 하필 사랑을 나누는 (성별불문) 연인이나 특별한 성적 지향을 가진 소수자를 주로 겨냥한다고 전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불분명한 괴담에는 하지만 일정한 실체가 있어 보인다. 은연중에 누군가 혹은 집단이 만만한 성 소수자와 소외계층에 테러를 가하는 중이다.

한국 현대사와 교차하는 군부독재 체제의 그림자

마르셀루는 과거를 잊고 가족이 있는 곳에서 새출발하고 싶다. 하지만 그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망령이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아들과 함께 지내지 못하고, 도나 할머니가 운영하는 일종의 피난처에서 은둔해야 한다. 일자리를 얻은 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친모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그가 머무는 빌라 주민들에겐 하나같이 사연이 있고 실은 대개 가명을 쓸 만큼 감춰야 할 비밀이 존재한다. 사설 '난민' 대피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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