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농협중앙회를 서울특별시에 존치해야 하는 이유
장마와 무더위에 이어 태풍까지 겹친 농촌의 시름이 깊다. 안팎으로 가혹한 현장 속에서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높아가지만, 이를 대변하고 보듬어야 할 농협의 현실은 온통 안개 속에 무력하기 그지없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또 다시 군불을 지피고 있는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농협의 본질과 역사성을 상실한 국가 권력의 오만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농협법 제114조 제1항은 "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1961년 농협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무려 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법률로 농협중앙회의 위치를 서울로 명시해 온 입법 취지를 우리는 다시금 깊이 새겨봐야 한다. 법 제정 당시라고 해서 주사무소를 농촌 지역에 두자는 의견이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서울에 주사무소를 두도록 법제화한 것은, 국가 정책과 입법, 경제의 중심지에서 농민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대변하라는 역사적·정책적 소명 때문이었다.
농협법 제127조가 규정하듯 농협중앙회장의 핵심 직무는 회원과 조합원의 권익 증진을 위한 대외 활동, 즉 농정(農政) 활동이다. 농정활동의 핵심 대상은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는 입법기관인 국회, 그리고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와 언론이다. 이 국가적 기능과 권력의 중심이 여전히 서울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진정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농협을 이전해야 한다면, 그 당위성의 솔선수범은 국가 권력의 핵심인 국회와 대통령실부터 저개발된 농촌 지방으로 먼저 이전하는 것이 순리다. 권력의 중심축은 서울에 그대로 둔 채, 농민의 자율적 협동조합이자 민간단체인 농협을 강제로 찢어 지방으로 내몰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폭거이자 명백한 앞뒤의 불일치다.
더구나 현재 농협은 서울에 본부를 두고 각 시·도에 지역본부와 영업본부, 시·군에 지부와 지점, 그리고 읍·면 단위까지 지역농협을 실핏줄처럼 촘촘히 배치하여 이미 가장 모범적인 방식으로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부를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오랜 세월 유지되어 온 전국적 균형을 깨뜨리고 타 지역의 소외를 불러오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나아가 해당 지방에 이미 존재하는 지방은행 등 유사 조직과의 소모적인 경쟁을 심화시켜, 지역 금융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역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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