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폭염에 맞서려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난 7월 15일 저녁, 2027년도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1만 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회의를 마친 새벽, 서울로 이동하는데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차선조차 보이지 않는 도로에 물류를 실은 화물차만이 가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않는 물류운수노동자들이다. 물류운수노동자에게 기후변화는 자신의 작업장이 바뀌는 중대한 문제다.
도로 위 노동자들은 대부분 위탁계약 형태로 최저임금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안전조치는 물론, 작업중지권, 위험성평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기본적인 산업안전보건체계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폭염시 2시간 일한 후 20분 휴식시간을 보장했지만 특고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폭염대책 세워도 소용없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
"많은 분들이 이동노동자는 잠깐 차를 타고 이동하니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한여름 차량 내부는 매우 높은 온도로 달아오르고, 에어컨이 열기를 식히기도 전에 다시 내려 고객을 방문해야 합니다. 다시 뜨거운 차에 올라 이동하고, 또다시 현장으로 들어가는 일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반복합니다. 차량은 쉼터가 아니라 또 하나의 폭염 작업장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윤우석 부지부장의 증언이다.
정수기, 비데 등 가전제품을 렌탈하는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점검하는 가전방문점검원 노동자, 배달라이더, 택배,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 안전 체계의 바깥으로 추방되어 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 목적에는 노무제공자를 법 적용대상으로 명시해놓았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노무제공자란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에 따른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18개 업종, 그 중에서도 여러 업체가 아니라 하나의 업체에서만 일하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를 말한다. 어렵게 이 모든 관문을 통과해도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폭염에 대비해 '온열환경 개선 확인, 취약 작업 안전공단 실태 확인, 온열 질환 예방 대책 제출, 쉼터 정보, 생수 나눔 캠페인 추진, 배달플랫폼사 업무협약 체결'을 내놓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산업안전보건법을 제1조 목적에 걸맞게 수정하겠다는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산업구조변화가 중첩되면서 기존 노동법과 산업안전체계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은 지붕 없는 허허벌판에서 폭염과 폭우를 견뎌야 한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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