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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담벼락에 그려진 '울릉도'... 13년 전 시작된 남자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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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담벼락에 그려진 '울릉도'... 13년 전 시작된 남자의 사연

그림은 화실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그림은 골목에서 시작되고, 어떤 그림은 파도와 바람 속에서 빚어진다. 울릉도 서면 평리마을, 바닷바람이 하루 종일 벽을 스치는 작은 마을에서 한 남자가 묵묵히 붓을 움직이고 있다. 흰 벽 위에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독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화정 김동식(69) 화백. 그는 화실보다 마을 담벼락을, 캔버스보다 콘크리트 벽을 선택한 화가다. 전시회보다 골목길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작품을 파는 대신 웃음을 그려 넣었다. 그의 그림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선물이었다.

섬이 들려준 첫 번째 풍경

"처음 울릉도를 봤을 때 섬 전체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바다와 절벽, 숲과 바람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죠."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울릉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울릉도가 자신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늘 울릉도가 등장한다. 독도와 괭이갈매기, 동백꽃과 흑염소. 모두 울릉도를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이자 섬의 미래를 향한 소망이다.

마음으로 그린 풍경

그의 그림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그에게 자연은 정복하거나 이용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벗이며 삶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다. 울릉도의 바다는 생명을 품은 터전이고, 숲은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과도 같다. 그래서 그의 벽화 속 자연은 거칠기보다 포근하고, 낯설기보다 친근하다.

"울릉도의 바다와 산은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그의 작품은 화실에서의 상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산길을 걷고 바다에 몸을 맡기며 자연과 함께한 시간이 그림의 밑바탕이 된다. 바위를 마주하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하고, 소나무에서는 세월의 이야기를 듣는다. 물속에서는 물고기의 움직임과 해조류의 흔들림까지 하나의 언어처럼 받아들인다. 자연은 그에게 풍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살아 있는 존재다.

풍경보다 마음을 그리다

이러한 감성은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독특하게 만든다. 실제 울릉도의 풍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는 따뜻한 상상력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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