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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동네에 '핫플'... 왜 50년 동안 물방울만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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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동네에 '핫플'... 왜 50년 동안 물방울만 그렸을까

한적한 평창동 마을버스가 모처럼 사람들로 붐빈다. 30분마다 한 대 평창동 산자락을 순회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 지하철도 없는 '험지'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려 있다. 조용한 동네를 전례 없이 '핫플'로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중에서도 가장 높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김창열 '화가의 집'이 개관했기 때문이다.

1988년 건축된 후 2021년 작고할 때까지 작가가 살았던 작업실이자 생활공간이다. 이 공간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싶어 했던 화가의 뜻에 따라 종로구가 매입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김창열의 <물방울>을 찾아온 관람객의 얼굴에도 땀이 흘러내렸다. 차로 가는 것도, 대중교통을 타고 가는 것도, 걸어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이곳에서 작가는 '동굴 같은 작업실'로 파고들었다. 작업실을 지을 당시, 그는 건축가에게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고 동굴과도 같은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고 한다. 이른바 '산꼭대기 동굴 같은 작업실'인 셈이다.

실제로 가 보니 보통의 건축주라면 통유리로 마감했을 공간을 벽으로 막았다. 다만 작업실의 천장 작은 구멍에서 빛이 떨어지는데, 화가는 이를 "물방울에 비치는 광채 같았다"고 표현했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웅크린 생명체처럼, 김창열 화백은 가장 영롱하고 순수한 결정체, '물방울'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의 '물방울'은 1972년 프랑스의 마구간에서 처음 발현되었다고 전해진다. 프랑스로 이주해 마구간에 기거하며 살던 가난한 화가 시절, 까맣게 칠한 캔버스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김창열은 50년 동안 그 물방울을 담아내 왔다. 어두운 공간에서 한 줄기의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며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 작가는 어쩌면 그 결정적 순간을 작업실에서 재현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왜 '물방울'이었을까? 그는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개관 당시, "옛날에 달마 대사는 벽만 쳐다보는 수행 끝에 득도 해탈을 했다는데, 나는 미친놈처럼 물방울 그리기로 50년을 보냈는데, 세속 욕망에 사로잡혀...."라고 말했다. 수행하듯 작업을 하는데 득도도, 해탈도 하지 못했다는 노화가의 겸손한 한탄이었다.

이처럼 그에게 물방울 그리기는 수행 과정이자 치유의 과정이었다. 전쟁으로 인간 폭력의 끝을 경험한 그는 눈앞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자신의 인생은 거저 얻은 것이라고, 그래서 결코 낭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작업에 임했다.

희생된 자들을 위한 제사

그의 아들 김시몽은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당시 다음과 같이 썼다.

사실 아버지가 전쟁, 망명, 고통을 직접적으로 그린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작업의 리듬 속에, 붓질의 호흡 속에 분명히 남아 있다..... 거의 정화에 가까운 집요함. 그의 그림 속에는 폭력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림 아래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 봉인되고, 봉합되고, 중화되어 있다..... 지워지지도, 말해지지도 않는 무거운 기억처럼. 그 폭력은 오직 인내의 회화 행위를 통해 조용히 다가가며 간신히 거리 두기를 유지한다."

작가도 1960년대 초기작에 <제사>나 <상흔>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 기존의 차갑고 기하학적인 추상회화에서 탈피해 전쟁의 참상을 겪은 비극적 상황을 즉흥적이고 재료의 물질성을 강조하는 엥포르멜 양식의 회화다. 이 시대 김창열 작품을 보면 전쟁을 겪은 월남 작가의 고통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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