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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청소년 유해 음원 막자?…"사전 검열 부르는 자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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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이 청소년 유해 음원의 유통과 확산을 막겠다며 '음악산업진흥법'과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가운데, 문화예술계에서는 긴 시간의 투쟁 끝에 철폐한 '사전 검열'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행위라며 규탄했다.

김 의원이 지난 6일 발의한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음반 등 유통업자가 음반 등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부를 자체 검사하도록 의무화 △유해한 음반 제작자가 청소년인 경우 해당 음반 등의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함께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유해 음원 확산을 인지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에 긴급히 유통 정지 및 제한을 요청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게 특징이다. 정식 심의 전이라도 방미통위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유해 음원 처리를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때 김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표현이 담긴 공연을 개최하려던 래퍼 리치이기, 인천의 10대 청소년 2명이 제작한 강간·마약·살인 등 범죄 조장 음원 등을 '청소년 유해 음원'의 예로 들었다. 김 의원은 "창작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혐오·범죄 조장 음원이 온라인상에 무방비로 유통되며 또래 공동체와 교육 현장, 나아가 사회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두 가지 법안 개정안을 두고, "청소년 유해 음원이 온라인 플랫폼과 음원 유통망을 통해 확산되는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예방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주장했으나 즉각 문화예술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검열로는 혐오를 결코 막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김현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음악 사전 검열 법안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음원'은 구체적 기준 규정도 없기에 "자의적인 유해성 판단을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심각한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혐오에 대한 경계와 주시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강력한 검열로 혐오를 막을 수 있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법이 지니고 있는 논리에 따르면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검열이 강력하게 작동했던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차별과 혐오가 사라졌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두 독재 정권 시기에 지역과 성별 등을 이유로 혐오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라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혐오가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도록 만드는 사회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혐오는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밖에는 없다"라며 "역설적으로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문화예술인의 창작과 표현에 족쇄만 채우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 두 개의 법안은 혐오 대응을 핑계로 수십 년 간의 투쟁으로 어렵게 몰아낸 사전 검열을 다시 불러들이는 자폭 행위"라고 질타했다.

또한 "민중가수 정태춘, 박은옥 등 음악 영역을 중심으로 수십 년간 한국에서 자행되던 문화예술 검열에 저항하고 투쟁했던 역사를 생각하면, 음악을 억압하는 문제의 두 법안은 검열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온 저항의 역사를 모욕하는 모습"이라며 "법안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어른과 청소년의 창작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며 청소년을 존중하지 않고 차별하는 추태까지도 담겨 있다"라고 바라봤다.

문화연대도 13일 논평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혐오 표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대중문화에 대한 사전 통제와 검열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창작 활동을 위축시키고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혐오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대중문화라는 특정 영역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한계를 지닌다"라고 혹평했다.

'온라인 플랫폼 환경에서의 긴급 차단'을 두고는 "정식 심의 이전에 표현물의 유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전 검열을 제도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혐오 표현을 줄이는 효과가 불분명한 반면, 대중문화의 창작과 유통, 사회적 소통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의 한계도 지적했다. 문화연대는 "이러한 통제 중심의 정책은 청소년을 스스로 판단하고 참여하는 사회적 주체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위치시키며, 청소년 당사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토론하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철저히 배제시킨다"라며 "청소년 권리의 진정한 보장은 표현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권리를 비롯한 교육권, 인권, 복지 등 청소년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마찬가지로 김 의원의 개정안 철회를 촉구한 문화연대는 "혐오 표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은 문화예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공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차우진 음악산업평론가 겸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는 이번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 기관도 책임지지 못한 권한을 유통사에게 쥐여준다는 점 △음악산업진흥법 뮤직비디오 등급 분류(2012) 등 규제는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데 혐오 음원의 주 유통로는 규제 밖 플랫폼이라는 점 두 가지를 들어 "이 법은 이미 두 번 실패했다"라고 비판했다.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차 대표에 따르면, 미국은 '업계의 경고 표시', 영국은 '자발적 연령 등급 표기', 독일은 '발매 후 유해매체 지정'으로 대응하고 있고 유통 주체가 심의와 차단의 법적 책임을 지는 모델은 중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혐오 콘텐츠의 영향력은 유통이 아니라 확산 경로에서 발생한다. 실효성을 고려하면 사전 전수 심사가 아니라 알고리즘 추천과 검색 노출, 그리고 사후 신고·차단 체계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개정안의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래퍼 이센스는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김 의원의 법안 개정안 기사를 올린 후 "검열을 부활시키면 안 되죠. 기준을 누가 정하고 누가 결정할 수 있습니까. 어떤 노래가 듣기에 불편하면 그 불편한 개인이 그 노래를 소비 안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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