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도입? 우리는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미페프리스톤) 도입 논의가 다시 뜨겁다. 이재명 대통령의 도입 검토 지시 이후, 산부인과 의료계를 "밥그릇 지키기"로 몰아세우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 실린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대표(이하 필자)의 글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는 임상 현장의 실제와 여성 건강의 본질을 외면한 주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대표해, 왜 우리가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안전한 도입'을 요구하는지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신약에 관대했으면서 왜 미프진에만?" - 질문 자체가 틀렸다
필자는 의료계가 항암제 등 신약 도입에는 관대했으면서 유독 미프진에만 엄격하다고 비판한다.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항암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이며,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의 엄격한 감독하에 투약된다. 부작용 발생 시 즉각적인 응급 대응 체계가 갖춰진 환경에서 사용된다. 반면 미프진은 건강한 여성이 외래·재택 환경에서 복용하는 약물이다. 두 약물의 사용 환경, 환자군, 위험 관리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필자가 "35년간 검증된 오래된 약"이라고 주장하지만, 약물의 역사가 곧 한국 여성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2000년 허가 이후 2023년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 사용과 관련해 32명의 사망 사례, 4000건 이상의 중대 이상 반응이 보고되었다. 이 중에는 패혈증, 자궁외임신 파열, 대량출혈이 포함된다. "가장 안전한 약 중 하나"라는 서사와는 거리가 있다.
가교임상 요구는 '허구'가 아니라 '기본 원칙'이다
필자는 "중국·일본·대만에서 쓰이니 한국인에게도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의약품 허가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발언이다.
일본은 2023년에야 미페프리스톤을 승인했고, 반드시 의료기관 내 복용·입원 관찰을 조건으로 걸었다. 재택 복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은 의사 처방·의료기관 내 복용을 원칙으로 하며, 온라인 유통 문제로 지속적 사회 문제를 겪고 있다. 대만 역시 병원 내 투약 원칙이다.
즉, 필자가 예로 든 '아시아 국가들'이 실제로 채택한 방식은 산부인과의사회가 요구하는 원내 투약 모델과 정확히 일치한다. 필자는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가교시험 면제가 관행"이라는 주장도 오해를 부른다. 면제되는 신약은 대부분 이미 다국가 3상에 한국인이 포함된 경우다. 미프지미소의 3상 임상은 영국·유럽 백인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한국인 자궁 크기, 임신 진행 양상, 자궁외임신 유병률(한국은 서구보다 유의하게 높다) 등 인종적·역학적 차이를 고려한 별도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종 차이를 이유로 한 가교시험 요구는 미프진에 대한 '이중 잣대'가 아니라, 여성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과학적 예우다.
초음파 없이 처방? - 한국에서 위험한 이유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이 초음파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WHO 지침은 초음파 접근성이 낮은 저·중소득국을 포함한 전 세계 평균 기준임을 필자는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초음파 없이 미프진을 처방했을 때 발생할 위험은 명백하다.
첫째, 자궁외임신을 걸러낼 수 없다. 한국의 자궁외임신 발생률은 임신 100건당 약 1.5~2건으로, 서구보다 높은 편이다. 자궁외임신 상태에서 미프진을 복용하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출혈 증상을 임신중지 부작용으로 오인하여 나팔관 파열·복강내출혈·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이론이 아니라 FDA 보고서에 실제로 기록된 사망 원인이다.
둘째, 임신 주수 오판이 흔하다. 마지막 월경일 기준의 임신 주수는 최대 3~4주까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필자가 인용한 "10주까지 허가"라는 기준을 넘어선 임신에 투약될 경우, 불완전 유산·대량출혈·응급수술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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