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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같은 첫 책에 담은 이야기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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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같은 첫 책에 담은 이야기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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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다 들통나면 덜 아프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살고 싶어서 이 책을 썼어요."

최근 첫 에세이 <들통나야 살 것 같아서>를 출간한 달샘(필명)은 제목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랫동안 우울과 경계선지능을 안고 살아온 그는 책 속에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동시에 알아주길 바라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살아가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느린인뉴스>는 지난 6월 17일 달샘과 만나 책을 쓰게 된 이유와, 책 너머에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래는 달샘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경계선지능인은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립니다. 본 기사에서는 인터뷰이의 표현을 반영해 두 용어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야기를 담은 첫 에세이 <들통나야 살 것 같아서>를 출간한 달샘이라고 합니다.

달샘은 제 필명인데요, 이전에 은둔·고립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때 사용하던 닉네임이기도 해요. 평소 달을 보는 걸 좋아해서 '달'이라는 글자는 꼭 넣고 싶었고, 고민하다가 옹달샘이라는 단어에서 따와 만들게 됐어요. 사실 책을 내긴 했지만 아직도 고민 되는 것들이 많아요. 제일 큰 고민은 개인 SNS에도 책을 홍보하고 싶은데, 그러면 주변 지인들이 제가 경계선지능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잖아요. 아직은 제 모습을 모두에게 드러내는 게 조금 망설여집니다."

- 책 제목이 인상적이네요. <들통나야 살 것 같아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예전부터 제 생각이나 감정을 예술로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어요. 그러다 고립·은둔 청년 프로그램에서 공저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써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이후에 독립출판 북페어에서 만난 작가님의 수업을 들으며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인디자인으로 책을 만드는 것까지 전 과정을 배웠어요. 이후에 글을 쓰고 편집하고 인쇄를 맡기는 일까지 제가 직접 하면서 이번 책을 만들게 됐어요.

책 제목도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 원고를 완성하고 나서는 '저기 저 아픔을 넘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그런데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제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충분히 담기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책을 쓰는 내내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차라리 좀 들통나더라도 내가 살 수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닉네임으로 사용하던 달샘을 그대로 필명에 사용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고요. 대놓고 말하기는 망설여졌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내 이런 모습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느린학습자이자 오랜 시간 우울 속에서 살아온 제 삶의 기록이에요. 언젠가 '이대로는 정말 못 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더 살고 싶다는 마음도 제 안에 함께 있더라고요. 그때 문득 '내가 숨기고 있는 비밀들이 전부 들통나면 오히려 덜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경계선지능도 그렇고, 우울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사소한 이야기들도 모두요.

살아가려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흔히 말하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은 아니에요. 제가 아팠던 성장기를 담은 기록이고, 제 안에 있는 내면을 전부 꺼내 놓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제 대나무숲 같은 책인거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나를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번 만큼은 솔직하게 담아보고 싶었어요."

- 경계선지능이라는 사실은 언제 처음 알게 됐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기 시작했고, 이듬해 심리검사를 받으면서 웩슬러 지능검사도 함께 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검사 결과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어요. 그러다 5년 정도 지난 뒤에 병원을 옮기고, 새로운 주치의 선생님께 일을 오래 못하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고민을 이야기했어요. 그 과정에서 예전에 받았던 검사 결과를 다시 확인했는데, 그때서야 결과지에 IQ가 82라고 적혀 있는 걸 보게 된 거죠. 이전부터 경계선지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숫자를 보고 나서는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에는 정말 불치병 판정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는 전문직이나 높은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지만, 꾸준히 반복해서 익히는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지금까지도 그게 잘 안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에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조금 안도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동안 저는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경계선지능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 '내가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은 것 같더라고요. 적어도 제 모습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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