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자연은 물론이고
주택으로 이사 온 후 자연과의 첫 접점은 새였다. '새소리에 잠이 깼다'거나 '새소리에 눈이 떠졌다'는 둥의 상투적 표현을 읽으면, 미사여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였다. 서쪽으로 난 방 창으로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이라도 하는 양 크게 소리치는?(우는 건 분명 아닌 것 같다) 새소리에 깬 아침, 정말 깜짝 놀랐다. 아니 새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린다고? 그랬다.
이사 오기 전 살던 아파트라고 새가 없겠는가마는, 고층까지 날아올라 수직으로 미끄러지는 창문에 깃든 채 지저귈 수는 없을 테니, 그렇게 가깝게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도시 소음도 새소리를 못 듣게 하는 데 한몫했을 테고. 이사 온 동네는 주택단지라, 낮게 자리 잡은 모든 집의 처마며, 지붕이며, 나무며 할 것 없이 마음만 먹으면 새들이 머물어 쉬는 곳에서 가깝게 지저귀니 크게 들렸던 것이다.
이사 온 때는 봄이었고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을이 깊어지자 대규모의 집단적 끼룩끼룩 소리를 듣게 되었고 또 한 번 놀랐다. 아마도 한반도가 추워지니 철새들이 따뜻한 곳으로 대규모로 이동하며 내는 소리일 텐데, 그렇게 클 줄은 몰랐다. 비행하며 자기들끼리 소통이라도 하는 것일까. 선두에 선 리더를 따라 몸에 새겨진 지도를 좇아 분명 정확히 계산하며 날아갈 것이다. 비행도, 여행도, 그 대단한 지저귐도, 경이로웠다.
주택에 이사 오고 얼마 안 있어, 한 10여 분 걸어 나가며 한 시간여 오르내릴 수 있는 높지 않은 산이 있는 걸 알게 됐다. 반가워 다니게 되었는데, 나처럼 등반가 체질은 아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인 규모의 산이다. 처음에 산과의 접점은 당연히 나무며 꽃이며 시각을 통해서였지만 점점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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