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의 핵실험 소문,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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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태어난 지 어언 130여 년이 됐다. 그동안 영화는 예술을 넘어 대중문화의 굵직한 기둥으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그 긴 시간 동안 제작된 수많은 영화 속에서 장르와 기법, 구조며 형식이 태어났다. 때로는 현실과 거리 있는 이질적이고 새로운 무엇으로, 또 때로는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실감나는 이야기로 다가서기 위하여 영화 창작자들은 관객에게 통할만한 더 효과적이고 파괴적인 기법을 강구해왔다.
영화사 가운데 매체의 가능성을 비약케 한 탁월한 감독이 여럿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과 오손 웰스, 장 뤽 고다르, 구로사와 아키라, 스탠리 큐브릭, 스티븐 스필버그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영화예술의 새로운 장을 관객 앞에 열어젖혔다. 전에 없던 기술적 비약은 물론이고, 촬영과 서사에서 새로움을 구하는 발상과 도전들이 영화란 예술이 뛰놀 터전을 몰라보게 넓혀주었다. 오늘에 이르러 앞의 감독들이 이뤄낸 성취 위에 기대 있지 않은 창작자는 단 하나도 없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다음을 구하는 것은 영화 또한 다른 어느 예술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2026년 오늘의 영화예술이 지난 시대 선배들의 작업 앞에 당당하다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전에 비할 바 없이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기술과 법제도, 문화적 여건 등 창작환경 또한 나아진 오늘에 이르러 과연 과거의 걸작과 견줄 만한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가를 돌아본다. 자신할 수 없는 것은 오늘의 영화예술이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새로움을 구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자각 때문이다. 특히 구조와 형식에 있어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는 작가를 세상은 얼마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화예술의 최전선에 선 알베르 세라의 문제작
이유야 여러 가지겠다. 무엇보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상당한 돈이 든다는 것, 그리하여 작가가 저 혼자만의 도전정신으로 불확실한 시도를 감행하기 쉽지 않다는 게 우선되는 이유일 테다. 미술과 문학과 달리, 영화는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데 제약이 따른다. 대중에게 외면 받는 작품은 당장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간 투자금조차 회수할 수 없도록 한다. 자연히 다음 투자 또한 받아내기 어렵다.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 감독을 찾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확실한 미래는 창작자를 움츠리게 한다. 검증된 방식, 통하는 소재에 골몰하는 작가가 더 나은 기회를 얻는 때문이다. 수많은 영화가 나오지만 이야기만 조금씩 다를 뿐 구조와 형식, 승부의 지점들이 대동소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의 지평을 확장하는 도전적 작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원금까지 걸고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를 지원하는 일이 흔하지만 갈수록 작품은 비슷해지고 수준급 작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알베르 세라는 이 시대 영화예술의 최전선에 자리한 거장이다. 스페인 영화를 논할 때 페드로 알모도바르, 빅토르 에리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와 함께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로, 2010년대 들어 세계적 영화제서 제 작품의 가치를 확고히 인정받았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작 <내 죽음의 이야기>,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리베르떼> 같은 작품이 그 대표작이다. 한국에 곧 선보이는 <퍼시픽션>은 세계적 거장으로 거듭난 알베르 세라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입성한 기념비적 영화로, 그 특유의 영화세계가 유감없이 버무려진 보기 드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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