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AI까지…'열 받은 지구' 식히는 삼성·LG 전략은
기록적인 폭염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이 맞물리면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주요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냉각 수요에 기후변화로 인한 냉난방 수요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공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뜨거운 지구'에 '뜨거운 데이터센터'유럽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40도 안팎의 폭염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지난달 서유럽의 평균기온은 20.74도. 관측 사상 역대 6월 최고 기온이다. 특히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최근 기온이 40도 넘게 치솟으면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지난달 프랑스와 벨기에, 스페인, 네덜란드에서 나온 폭염 관련 사망자는 4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에서는 AI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충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화웨이 등을 필두로 370억 달러(약 53조 1천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공식화했다. 미국이 2029년까지 5천억 달러(약 718조원) 이상을 투입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1호 AI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설립하고 있으며, GS그룹도 강원 동해에 2.4GW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배경 위에서 냉난방공조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보다 발열이 훨씬 커 대규모 냉각 설비가 필수다. 전력 사용량만큼 냉각 비용도 급증하면서 공조 기술이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지난해 5249억 달러(약 808조원)에서 연평균 8.1%씩 성장해 오는 2035년에는 1조 2천억 달러(약 1848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모래 바람' 뚫은 LG전자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칠러(Chiller)와 액체냉각솔루션(CDU; 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 등을 앞세워 공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지난해 데이터센터향(向) 칠러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앞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향 칠러 공급을 확정했으며, 엔비디아(NVIDIA) 공급망 진입을 위해 AI 서버용 액체냉각 설루션의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수주 확대는 LG전자 안팎에서 주요한 성과로 평가 받는다. 중동은 LG전자가 다양한 B2G(기업·정부간 거래) 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해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HVAC 분야의 B2B(기업간 거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사우스 지역의 주요 신흥 시장이다.
최근 LG전자는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의 고급 아파트 현장(Al Nassim City)에 대규모 시스템 에어컨(멀티V S 실외기 300여 대, 1way 카세트 실내기 2300여 대)을 공급하기로 했다. 두바이 알 푸르잔(Al Furjan)에 조성되는 대규모 주거 단지 '자젠 가든스(ZāZEN Gardens)'에도 HVAC 시스템을 납품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랜드마크 '수무타워'에 맞춤형 HVAC 솔루션 공급을 시작했다.
펄펄 끓는 '유럽'…삼성전자의 '신의 한수'
삼성전자도 지난해 독일 공조 전문기업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인수하며 대형 건물·데이터센터 공조 사업 역량을 강화 중이다. 개별 공조 관련 여러 기술을 축적했던 삼성전자가 중앙 공조 기술에 강한 플랙트를 인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됐다는 점이 강점이다.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폴란드 에너지 공급업체 '에코파크'가 4개 도시에서 추진하는 370개동 규모 주택단지에 AI 기능을 강화한 고효율 대형 히트펌프 실외기 'DVM S2'와 히트펌프 실내기 'DVM 하이드로 유닛'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영국 콘월 '웨스트 카클레이즈 가든 빌리지' 재개발 프로젝트에도 고효율 히트펌프 공조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AI 데이터센터와 병원, 공항, 산업시설 등 고부가가치 B2B 공조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HVAC 사업이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에 플랙트 생산라인이 구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국내 생산라인 후보지 중 하나로 광주를 지목한 바 있다.
삼성전자 김철기 DA사업부장(부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딥 다이브(Deep Dive)' 세션에서 "우리가 가진 라인업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B2B·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통합 HVAC 역량을 확보했다"며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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