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보 성향
음악이 멈출 때
오마이뉴스

2007년 7월, 씨티그룹의 CEO 척 프린스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유동성이라는 음악이 멈추면 상황은 복잡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음악이 흐르는 한, 춤을 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춤을 추고 있습니다." 1년 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고 세계 금융 시스템은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춤이 끝난 자리에는 수십조 달러의 손실과 수백만 명의 실직자가 남았다.
2026년 여름의 서울. 코스피는 2025년 한 해 동안 76% 가까이 올라 2000년 이후 최고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업가치 제고 정책, 외국인 자금의 귀환이 맞물렸고 증시는 축제 분위기다.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고, 6월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 4786억 원으로 집계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거래일 연속 반대매매가 1000억 원을 웃돌며 3일간 강제 청산된 규모만 4751억 원에 달하는 동안에도,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뒤처진 것처럼 보이는 시절이다.
그러나 경제사는 이런 순간을 반복해서 기록해왔다.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확신에 차 있는 바로 그 시점이, 사후적으로는 가장 위험했던 순간으로 판명나는 아이러니를.
안정적으로 보일수록, 금융 구조는 취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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