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교수 "일베 폐쇄 답 아냐... 혐오보다 먼저 '차별' 정의해야"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당일 일부 청년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조롱하는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이른바 '일베 인증'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혐오와 조롱이 선을 넘었다며 일베 사이트 폐쇄 검토를 국무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이트를 폐쇄해도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관한 의견을 듣고자, 지난 5월 30일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재명 대통령의 '일베 사이트 폐쇄' 언급이 이슈인데, 이 사안 어떻게 보고 계세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국가 원수 모욕죄 같은 게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데 남용돼 왔습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분이 대통령이기도 했고, 대통령의 지위와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 역사관이 결합되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거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은 수많은 사람의 정치관과 역사관을 대표하게 된 인물이기도 하죠. 그런 역사 속 중요한 인물에 대한 조롱을 계기로 사람들의 감정 표현을 심하게 규제하는 건, 특정 견해를 막겠다는 기획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나요?
"이명박 정부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국민과의 관계가 크게 틀어졌는데, 그때 집회에 대한 강압적인 대응으로 관계가 더욱 악화됐습니다.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거나, 만평에 암호처럼 욕설을 숨겨 넣는 일도 있었죠. '2mb 18noma' 같은 트위터 계정도 있었고요. 이명박 정부는 명예훼손을 이용해 비판자들을 탄압하는 전략을 검찰을 통해 실행했고, 저런 조롱들은 그에 대한 저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원수는 수많은 사람을 기쁘게도 하지만 화나게도 하거든요.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윤석열 정부 때 어떤 청소년이 '윤석열차'를 그렸고, 정부가 그 그림을 문제 삼았잖아요. 이번 사안과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윤석열차'는 당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사망하신 분에 대한 것이니까요. 다만 생각해볼 점이 있어요. 만약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이유로 사이트를 폐쇄하려 한다면, 보수 정부에서도 박정희나 이승만을 조롱하는 표현이 나왔을 때 똑같이 폐쇄하려 하지 않을까요.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기억하실 거예요. 이승만의 비리를 추적한 작품인데, 단순한 조롱은 아니었지만 선정적인 이미지들도 많이 사용했거든요. 이런 것들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일베 사이트 폐쇄 검토는 어떻게 보시나요?
"비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일베 사이트에서 실제로 혐오나 불법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는 소수거든요. 극소수의 게시물 때문에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면 문제가 없는 글까지 전부 막히게 되니까요. 결국 국가 원수에 대한 조롱 표현은 절대 발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건데, 과거의 국가 원수 모독죄를 새로 만드는 것과 반응의 강도가 비슷하지 않나요. 그래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일베 사이트는 예전부터 문제가 되지 않았나요? 5.18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글이 많이 올라오는 로 알거든요.
"일베 사이트의 혐오 표현이 실제로 더 늘어났는지는 먼저 실질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번에 이런 강력한 대응이 나온 건,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더 고조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탄핵을 주도했던 정치 세력과 이에 동조한 저를 포함한 국민 다수가 과거 민주주의를 대표했던 인사들에 대한 조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탄핵 정국이 우리 스스로를 민주주의에 대해 더 검열적인 태도로 이끈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열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민주주의에 반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 욕구가 커지고, 동시에 과거 민주화 인사들을 숭고한 존재로 세우려는 움직임도 강해진 것 아닐까요."
"일베 사이트 폐쇄, 현재 법으로는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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