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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하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던 수많은 록 밴드들이 있지만, 메가데스(Megadeth)만큼 한 인물의 인생과 밴드의 역사가 맞물려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메가데스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밴드의 프런트맨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의 실패와 분노, 집념과 부활을 이야기하는 일과 다름없다.

그와는 반대로 스래시 메탈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메탈리카의 탄생기는 마치 록의 교과서처럼 따라온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초반에는 언제나 데이브 머스테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메탈리카 초기의 한 장면으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많고 정작 그가 어떻게 같은 듯 다른 또 하나의 전설 메가데스를 만들어냈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어 왔다.

머스테인은 메탈리카 초창기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와 거친 성격, 멤버들과의 갈등 끝에 결국 밴드를 떠나게 된다.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은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지만, 그가 스스로 떠났다기보다 사실상 강제로 쫓겨났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1983년 4월 메탈리카를 떠난 머스테인은 좌절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새로운 밴드 '폴린 엔젤스 Fallen Angels'를 결성했고, 두 달 뒤 밴드명 을 'Megadeth'로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초기에는 리드 기타만 맡았지만 보컬이 잇따라 교체되자 직접 마이크까지 잡았고, 훗날 메가데스를 상징하는 프런트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별은 또 다른 전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만약 머스테인이 메탈리카에 지금껏 남았다면 오늘날의 메가데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한국 팬들에게도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 Enter Sandman'만큼 사랑받는 '심포니 오브 디스트럭션 Symphony of Destruction' 같은 명곡 역시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밴드에서 밀려난 좌절과 그가 품었던 분노는, 데이브 머스테인을 또 하나의 음악적 역사를 만든 주인공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메탈리카보다 더 빠르고 더 강한 음악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다. 처음에는 그저 메탈리카를 향한 경쟁심에서 시작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집념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메탈리카와 전혀 다른 방향의, 독창적인 메가데스만의 음악 세계를 완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밴드 이름에도 그의 음악적 세계관이 담겨 있다. '메가데스(Megadeth)'는 핵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뜻하는 군사 용어(megadeath)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철자 하나를 변형한 이름이지만, 전쟁과 권력,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메가데스 음악의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탄생한 메가데스는 메탈리카와 함께 스래시 메탈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고, 슬레이어와 앤스랙스와 함께 '빅4(Big 4)'라는 거대한 시대의 한 축을 세웠다.

메탈리카 벗어난 독창적인 세계

머스테인의 음악적 재능은 정규 교육보다는 타고난 감각과 치열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악보를 읽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쉽게 따라 하기 힘든 복잡하고 정교한 기타 리프를 만들어냈고, 메탈리카의 초기 명곡들에도 그의 창작적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는 점은 오랜 팬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밴드의 성공 이면에는 끊임없는 시련이 있었다. 메가데스는 결성 이후 수십 년 동안 멤버 교체와 내부 갈등을 겪었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머스테인은 밴드를 정상으로 이끌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독선적인 방식으로 팀을 이끈다는 평가와 지나치게 시니컬한 리더라는 비판도 함께 받아야 했다.

그러던 그에게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2002년 왼팔 신경 손상으로 더 이상 기타를 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손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기타리스트에게 삶의 이유를 잃는 것과 같았다. 결국 그는 메가데스의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피나는 재활 끝에 거짓말처럼 다시 기타를 손에 쥐었고, 메가데스의 부활을 선언하며 무대로 돌아왔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이번에는 후두암이라는 또 다른 시련이 그를 가로막았다. 수십 년 동안 무대 위에서 거친 목소리와 날카로운 기타 연주로 세상과 맞서온 그에게,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감당하기 힘든 절망이었다.

하지만 머스테인은 이번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의 시간을 견뎌낸 그는 결국 또 한 번 무대 위에 섰다. 병마조차 음악을 향한 그의 집념을 꺾지는 못했다. 완치 판정을 받고 돌아온 그는 절망의 문턱에 선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존재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한때 방황과 갈등 속에서 거칠고 강한 방식으로 밴드를 이끌었던 머스테인이었지만, 이제는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 오르기전 멤버들과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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