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벗어내면, 미프진 허가가 의사를 지키는 방법이다

우선 필자의 기고에 의견을 밝혀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의사회) 김재연 회장에게 감사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무엇이 수용할 만한지 함께 따져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뜻에서 의사회가 제기한 반박에 하나씩 답하고자 한다.
항암제 비교, 논점이 바뀌었다
김재연 회장은 항암제와 미페프리스톤(상품명 미프진)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항암제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쓰는 약이고, 미프진은 건강한 여성이 외래·재택에서 복용하는 약이니 위험 관리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원래의 질문과 차원이 다른 답변이다.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할 데이터가 충분한가'라는 물음과, '안전성과 효과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서로 다른 문제다. 필자가 처음 제기한 것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였다.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프진을 반대하면서, 정작 소수 환자 대상 임상이나 최종 생존율 개선이 확인되지 않은 조건부 허가 항암제에는 접근권 개선을 이유로 적극적이지 않았느냐는 물음이다.
의사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왜 효과 데이터가 충분치 않은 항암제 도입에는 적극적이면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미프진 사용은 데이터를 이유로 꺼리는가. 사용 환경이 다르다는 설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 있다. 한국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상품명 타이레놀)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 매년 약 500명이 사망한다.¹ 그러나 이 약이 위험하니 허가를 철회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인용된 사망 32명이라는 숫자도 마찬가지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2022년 12월까지 집계한 시판 후 이상사례 보고서에 나오는 수치인데, 같은 자료가 밝히고 있는 분모가 빠져 있다. 해당 기간 누적 사용자는 약 590만 명이다.² 100만 명당 5.4명 수준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진통제보다 안전하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이 32건은 약물이 사망 원인으로 확인된 사례가 아니다. FDA는 같은 보고서에서 환자의 건강 상태와 임상 관리, 병용 약물에 대한 정보 공백 때문에 이 사례들을 미페프리스톤에 확실하게 인과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보고된 모든 사망 사례를 포함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내역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32건 중 감염에 따른 패혈증과 관련된 사례는 11건이다. 나머지 21건에는 살인 2건과 살인 의심 1건, 자살 2건, 약물 중독 2건, 약물 중독 및 과다복용 2건, 약물 남용에 따른 과다복용 1건, 메타돈 과다복용 1건, 중증 폐기종에 의한 자연사 1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부검을 하고도 사인을 확정하지 못한 사례도 1건 있다. 살인과 자살, 약물 과다복용까지 합산된 숫자를 약물의 위험도로 제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미국산부인과학회가 이 숫자를 모두 미프진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반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용된 이상반응 4000여 건이라는 서술도 정확하지 않다. 이는 경미한 사례까지 포함한 전체 이상반응 보고 건수이지 중대 이상반응이 아니다. 더구나 FDA는 보고 시스템이 2012년에 전환되었으므로 두 기간의 수치를 누적 합산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같은 표에 명시해 두었다. 합산해서는 안 된다고 적힌 숫자를 합산해 인용한 셈이다.
전문가적 평가가 어렵다면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주요 선진국의 규제기관들은 이 약의 위험보다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고, 임신중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사용을 허가했다.
일본과 중국의 사례는 무엇을 설명할까
김 회장은 가교임상이 기본 원칙이라며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두 나라 모두 원내 복용을 원칙으로 하니, 아시아 국가의 사례가 오히려 안전하지 않다는 의사회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먼저 가교시험의 성격을 분명히 하자. 가교시험은 단순히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아니라 인종적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서구인에게 효과적인 약이 동양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서구인에게 안전한 약이 동양인에게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수행된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이 이 약의 안전성을 의심해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는 설명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중국과 일본은 자체 검증을 거쳐 서양인과 동양인 사이에 효과와 안전성의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나라들이다. 인종 차이를 이유로 한 가교시험 요구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아니라, 오히려 반박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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