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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나로마트 지게차 사망사고는 '예견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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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오영재 기자 = 제주 하나로마트 청년 지게차 사망사고와 관련해 위험한 작업 환경, 무자격, 서류 미흡 등 안전보건체계 상 다수의 미비점이 드러났다. 산업 안전 의식 부재가 만든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1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30분께 발생했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계약직 직원 故김영균(20대)씨가 지게차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던 중 전도 사고로 깔려 숨졌다.

이 사고 문제점은 크게 ▲위험한 작업 환경 ▲무면허 운전자 작업 지시 ▲작업계획서 허위 기재 ▲계약직 근로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고객 차량 드나들고 경사로 왔다갔다…평탄한 곳 작업 원칙

사고 당시 김씨는 지게차로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지하주차장 경사로를 올라가야만 했다. 일반 고객 차량도 드나들었다. 지하 1층 물류창고와 지상에 세워진 화물 차량을 오가며 판매 상품을 하역·운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규정하는 '지게차 작업 사망사고 유발(SIF) 고위험요인'에 해당한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지게차 특성 상 불안정한 지형·지반은 하중에 영향을 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 대책으로 작업장 내 도로를 평탄하게 하고 충돌 방지를 위해 지게차 운행 구역과 보행자 이동 동선을 구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각 지게차마다 인양 허용 하중, 운용 가능 각도 등 제원이 있다. 지게차가 운행 가능한 경사로라 하더라도 바닥이 움푹 패여 있다던가 단차가 있다면 위험 요소로 자리 잡는다. 작업 지휘자는 사전에 위험요소에 대한 조치를 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채 파트 계약직 직원에게 웬 지게차 운전…무자격자였다

김씨는 지난해 하나로마트 채소 파트로 입사한 계약직 직원이다. 주요 업무는 매장 관리다. 사고 당일에는 지게차를 운행했는데, 운전대를 잡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등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고가 난 지게차는 3t미만으로, 지게차운전기능사 등 특수한 자격이 없어도 된다. 1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와 소형건설기계 조종에 관한 교육과정(16시간)을 이수하면 운행이 가능하다.

다만 김씨는 지게차 면허는 물론이고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무자격자로 확인됐다.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140조(자격 등에 의한 취업 제한 등) 위반 소지가 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김씨는 직장 들어온 지도 얼마 안됐다. 지게차 운전은 최소 1년 이상 근무를 해야 하고 고참급 직원이 한다"며 "사측에서도 1년에 3~4명씩 지게차 안전교육 이수를 지원하고 지게차 운전자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명단에 김씨의 이름은 없었다"고 전했다.

◇필수 서류 '작업계획서'에도 운전자 허위 기재

사고 당시 작업계획서 내 '운전자'는 김씨가 아닌 다른 직원의 이름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실제 운행을 했지만 무자격자이기 때문에 서류 상엔 올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사고 이전에도 수 차례 지게차를 운행한 것으로 확인돼 작업계획서 허위 기재 또한 처음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에 따라 지게차 등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의 작업을 할 때 사업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작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작업 장소와 일자, 내용을 비롯해 운전자, 작업지휘자, 위험 예방 대책, 운행 경로 등을 기재해야 한다.

◇계약직 예비아빠의 정규직 희망…사고 2주 뒤 태어난 자녀 끝내 못 봐

매장관리 업무에 채용돼 지게차 운행 자격이 없었던 김영균씨가 왜 지게차를 몰아야 했는지에 의문이 생긴다.

하나로마트 계열사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한 김씨는 마트 직속 계약직으로 채용된 터라 정규직 전환의 꿈을 품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은 지난달 22일 이번 사고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지난해 말쯤 김씨가 지게차 운행을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이에 지게차 운행을 수 차례 만류했지만 김씨는 그 때마다 '지게차를 운전할 줄 알아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게차를 운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고 유족은 설명했다.

한 유족은 지난달 22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그때 영균이를 완강하게 말리지 못한 것이 이제 와서 참 후회가 된다"고 호소했다.

김씨가 숨지고 약 2주 뒤 자녀 출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근 그의 자녀가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보건체계 총체적 부실…예견된 사고이자 예방할 수도 있던 사고"

김영균씨 지게차 산재 사망사고는 현재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팀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은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산재가 발생하는 게 지게차 사고다. 매년 1000명 이상 다치고 20~30명이 목숨을 잃는다"며 "그만큼 지게차 안전 규정이 잘 갖춰져 있다. 작업 전부터 마무리까지 상세하게 규칙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또 "안전조치 중 어느 것 하나 지켜진 것이 없다"며 "키 관리부터 작업 구역 분리, 서류 미흡, 무자격자 운행 등 사용자의 각종 문제점이 혼재해 있다. 언제든지 예견된 사고였고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었던 사고"라고 덧붙였다.

하귀농협 조합장은 "유족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렸다. 이런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고 죄송하다. 유족분들을 전담할 임원을 선정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며 "매월 직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진행해서 이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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