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와 바나나 맛이 나는 과일, 서산 산속에서 자랍니다
어젯밤 비가 살포시 지나간 덕분일까. 5일 오후, 충남 서산 성연면 남산길의 공기는 생각보다 선선했다. 햇빛은 쨍했지만, 산자락을 스치는 바람에는 아직 빗물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성연면사무소 건너편, 김응화 대표의 농장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잠시 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성연 들녘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내기를 마친 논마다 물빛이 고여 있었고, 그 위로 햇빛이 은빛처럼 반짝였다. 산길을 더 오르자 김 대표가 심어놓은 작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산삼과 장뇌삼, 도라지와 더덕, 돌배와 땡감나무, 고로쇠나무, 그리고 낯선 이름의 포포나무까지. 잎사귀 사이로 아직 어린 포포열매가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
"대표님에게 포포나무는 무엇입니까?"
김 대표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건강과 행복이죠."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시간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 살다 고향 서산으로 내려와 카센터를 열고, 생계를 이어가며 산을 일구고, 산삼을 심고, 여러 작물을 시험하고, 실패와 피해를 겪으면서도 다시 나무를 심은 세월. 이곳은 김 대표가 서산의 산과 흙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오랫동안 실험해 온 공간이다.
"약을 줄 수 없는 산에서 키울 작물을 찾았습니다"
김응화 대표의 본업은 산삼이다. 그는 스스로를 "산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산삼 명인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그래서 농약을 쓰지 않는 환경은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 산삼을 키우는 산에는 함부로 약을 칠 수 없다. 그런데 산을 사더라도 모든 면적에 산삼을 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남는 산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 더덕도 심어보고, 도라지도 심어보고, 여러 장기 임산물도 시험했다. 그러다 '포포'라는 이름을 만났다.
"이름이 재미있더라고요. 포포라니. 알아보니까 약을 안 쳐도 되고, 산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에도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산에서는 이만한 게 없겠다 싶었습니다."
김 대표는 포포나무 약 100여 주를 산에 심었다. 그가 꼽는 포포의 가장 큰 장점은 농약 없이도 자라는 힘이다. 벌레 피해가 적고, 자연 상태에서도 비교적 잘 견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포포나무가 영하 20도 안팎의 추위도 견디는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산삼을 하니까 약을 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포포는 약을 안 줘도 돼요. 산삼하고 같이 갈 수 있는 작물인 거죠."
포포열매는 아직 대중에게 익숙한 과일은 아니다. 포도도 아니고, 망고도 아니고, 바나나도 아니다. 김 대표는 그 맛을 "망고하고 바나나 맛"이라고 표현했다. 씨가 굵고 많은 것은 단점이지만, 잘 익은 열매를 한입 베어 물 때의 향과 단맛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익으면 떨어지는 열매, 수확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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