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출판일 하던 작가의 시골살이, 무엇이 다를까
돋보기안경을 새로 맞췄다. 책을 읽는데 언젠가부터 글자가 깨끗하게 보이지 않았다. 돋보기를 끼고 보는데도 그랬다. 눈을 비벼도 보고 돋보기를 깨끗하게 닦아도 봤지만 글자가 작게 보이는 건 여전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눈이 피곤했다. 보려고 사둔 책이 쌓였는데 눈이 불편해 잘 읽지 못했다. 안경점에 가서 새로 돋보기를 맞췄다. 침침하던 눈앞이 깨끗해졌다.
새 돋보기를 끼고 책을 본다. 요즘 읽는 책은 김혜형 작가의 '모쪼록, 간결하게'이다. 김혜형 작가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우리는 정토회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같이 부처님의 말씀(불법)을 배웠다. 또 내 첫 책 <꽃이 올라가는 길(2016년, 다이얼로그)>에도 김혜형 작가가 언급된다.
버릴 게 없는 사람
우리는 강화에 같이 살면서도 자주 만나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도 늘 같이 있는 듯이 느꼈던 것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삶의 길이다.
어릴 때 엄마는 작은 엄마를 일러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상찬하셨다. 심지어 '똥까지도 버릴 게 없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작은엄마의 마음 씀씀이와 됨됨이가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김혜형 작가 또한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재주며 솜씨, 마음 씀씀이까지 어느 하나도 모자란 게 없는 사람이다. '모쪼록, 간결하게' 책 속에는 단단하고 야무진 그이가 있었다.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야문 사람답게 글 역시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김혜형 작가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직접 만들거나 고쳐 쓰는 걸 즐겨 한다. 물건의 중복 소유가 싫어 소비를 자제하지만, 일단 인연을 맺은 물건과는 끝까지 함께 한다. 새것을 덜 소비하고, 이미 가진 것을 잘 누리고, 기왕 세상에 나온 것들이 제 몫을 다하게 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저마다의 쓸모만큼 닳도록 쓰이길' 소망한다.
능력자로 만들어 준 시골살이
도시에서 출판 관련 일을 하던 작가는 강화로 터를 옮긴다. 뜻이 있어 시골로 왔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세를 주고 얻은 집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도록 한다. 단열 처리가 되어있지 않은 블록 집은 겨울이면 틈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왔다. 수도가 얼어 물이 안 나오고 인터넷도 수시로 먹통이 되었다. 도시에서는 집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실에서 고쳐줬는데 시골에서는 간단치가 않았다.
그게 출발이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공부하며 헤쳐나갔다. 그러다 작가는 직접 집을 짓기까지 한다. 웬만한 문제는 스스로 다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된다. 시골살이가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책 <모쪼록, 간결하게>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시간이 쌓이는 집'은 집을 짓고 집에 딸린 것들을 만들고 설치하며 집과 함께 나이 들어 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2부는 '손이 좋아하는 일'이다. 나무를 깎고 다듬어 가구를 만들고 소품도 만든다. 또 흙을 빚고 옷도 만든다. 3부는 '인생이 담긴 선물'이다. 인생의 한 부분을 뚝 떼어서 서로 주고받는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반가사유상'을 만들며 생긴 일화도 이야기 한다. 흙을 빚어 아기 반가사유상을 만들었다. 건조되기를 기다리다가 그만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뿔싸, 목이 뚝 부러졌네. 탄식했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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