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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럼 타는 배롱나무꽃, 장군의 마음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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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럼 타는 배롱나무꽃, 장군의 마음을 흔들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맘때가 되면 대구 동구 지묘동에 위치한 신숭겸 장군 유적지는 온통 분홍빛으로 가득 물든다. 배롱나무꽃이 드디어 담장을 훌쩍 넘어 활짝 피어나며 동네 전체를 환하게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마치 수많은 붉은 등을 켜놓은 듯 정겨운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야흐로 배롱나무꽃의 절정기가 시작되었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는 동화천과 지묘천이 만나는 왕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이 927년 공산 전투에서 태조 왕건을 대신해 목숨을 던진 자리로, 훗날 후손들이 옛 절터에 사당 표충사와 순절단, 충렬비를 세워 그 충절을 기려왔다. 천 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온 이야기를 품은 땅이라 그런지, 이곳을 거닐 때면 걸음마저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진다.

이 사당을 중심으로 사당 안과 유적지 주변에는 400년 이상된 배롱나무가 수그루 심어져 있어 7월이 되면 온 동네를 밝히는 붉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붉은 등불 같은 꽃나무들에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몸을 떤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배롱나무꽃은 여름 내내 더위를 이기며 길게는 9월까지 피어 있어 '백일홍'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봄날의 새싹이 그러하듯,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지금 이 시기가 가장 맑고 예쁜 색으로 빛난다. 태양이 점점 더 뜨겁게 내리쬐면 꽃의 색깔은 더욱 붉게 타오르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화사하던 빛을 잃고 거뭇한 검붉은 색으로 변하며 뚝뚝 떨어진다. 백일 동안 피어 있지만 다 같은 색이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 순간 다른 붉은 빛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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