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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욕심 나서 이것저것 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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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욕심 나서 이것저것 쓴 결과

얼마 전 스무 명 정도의 시민기자에게 '퇴고할 때 가장 고민인 것', 혹은 '퇴고하는 마음'에 대해 물었습니다. 답변을 받고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저만 열심히 고민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글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퇴고의 모든 것이 그 답변들에 있더군요. 그 가운데 어떤 내용은 다른 독자와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전세정님의 퇴고 고민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독자가 혼란을 느끼는 글

이번에 '딸과 수영하면서 있었던 일'을 기사로 썼는데, 초고는 30분 정도 만에 썼습니다. 그 이후 3일 동안 임시보관함에 넣어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 퇴고를 했어요. 퇴고를 하면서 제가 어떤 부분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지 보인 것 같아 적어봅니다.

초고를 30분 만에요? 훌륭하십니다. 짧은 시간에 뭔가를 후루룩 쓸 수 있는 건 '이건 글감이다' 싶은 순간을 잘 캐치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도 일상생활을 하다가 글감으로 괜찮겠다 싶은 것은 핸드폰이든 수첩이든 메모해 둡니다. 그리고 계속 그 한 문장을 계속 떠올리며 생각합니다.

도입은 어떻게 시작할지, 본문은 뭘로 쓸지, 어떤 마무리가 좋을지 고민하면서요. 그러다 맘먹고 쓸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씁니다. 기자님처럼 단 시간 내에 압축적으로. 그리고 마감 때까지 퇴고를 계속하지요. 저와 비슷한 작업 풍경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저는 장면을 잘 믿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번 글에서도 물에 겨우 떠 있던 순간을 쓰면서 제가 느낀 기쁨을 '둘만의 세계', '존재론적인 기쁨', '같은 시간', '밀도' 같은 말로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장면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의미를 한 번 더 이름 붙이고 싶어지는 거죠.

이 부분을 읽고 원문을 한번 째려봤습니다. 정말 그런가 싶어서요. 딱히 그런 부분을 잡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장면을 잘 살려 쓰셨어요. 열한 살 아이가 엄마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는 모습이 한눈에 보였거든요. 글이 생생하다고 느낀 것은 '대화' 장면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뭔가 술술 읽히지는 않았어요. 턱턱 걸리는 게 있었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가만히 보니 '시점'이 뒤섞여 있더라고요. 이러면 독자가 글을 읽을 때 혼란을 느낍니다. 자세히 보겠습니다.

첫 문장을 읽을 때, 독자는 딸아이가 엄마에게 수영을 가르쳐 준 일, 즉 현재의 일을 쓰려는가 보다 하고 짐작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영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는 과거 이야기가 등장해요. 그리곤 다시 딸과의 수영 이야기, 현재를 말합니다. 앞의 현재와 뒤의 현재가 동일 시점도 아닙니다.

이러면 독자는 헷갈립니다. 장면과 장면이 자연스럽게 전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생각의 단차가 생기거든요. 읽을 때 턱 하고 걸리는 이유입니다. 쓰는 사람이라면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이 높낮이까지 신경 써야 합니다. 그래야 읽으면서 생기는 물음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이 글은 몇 개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일단, 수영을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엄마가 등장합니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도 너처럼 물에 떠서 하늘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은 아이가 수영 강습을 제안하죠. 몇 번인지 모르겠지만 수영 강습을 하는 동안 엄마가 아이에게 듣게 된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로 흐릅니다.

이 경험을 통해 내 안에 없던 뭔가가 생겼다면 그것이 하고 싶은 이야기, 이 글의 마무리가 되면 좋겠지요.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 함께 몰입하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인지, 처음 배영을 성공해서 물 위에 누웠을 때의 나, 힘을 빼게 된 나에 대해 쓰고 싶은 건지 갈 길을 정해야 합니다. 글을 쓸 때부터 이 부분을 염두에 뒀다면 전개 내용이 달랐을 거예요.

쓰면서 정하려고 하니까 이것저것 섞여 들어갑니다. 마무리도 개운치 않고요. 이럴 때 필요한 게 중간 제목입니다. 글의 분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2500자 내외의 글에는 보통 두 개의 중제가 들어갑니다. 하나의 글을 '머리/가슴/배' 세 군데로 자른다고 했을 때 요렇게( / 부분) 잘라지는 부분에 중제가 들어가면 좋습니다. 다음 글의 핵심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게 중제인데, 그렇기 때문에 쓰는 사람에게도 어느 부분에 집중하면 좋을지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거죠. 그 내용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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