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같이 알아챈다, 청년 표심 얻으려다 탈난 정책

'추진'에서 '중단'으로 극적인 상황 반전
발단은 작년 12월 대통령의 지시였다.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은 "요즘은 (탈모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해 보자"라고 지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탈모는)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은 아니다. 미용적인 것은 다른 부분도 건강보험 적용을 안 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에둘러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가 아닌, 일반적인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국가 사례가 없기도 하거니와 중증질환이나 필수의료조차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한데 웬 탈모인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가속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랬던 보건복지부가 6개월여 만에 방침을 선회했다. 그 사이에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간의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니나 다를까? 보건복지부의 탈모 건강보험 적용 추진과 이에 대한 공론화 계획 발표 이후 "탈모보다 키가 생존의 문제", "저출산 대책으로 비아그라도 급여화하라"는 비아냥에서부터 "청년 매표"라는 정치적 비판까지 쏟아졌다. 환자단체, 의료계뿐 아니라 병원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도 정책 우선순위 문제를 지적했다.
그런데, 공론화 토론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돌연 토론회를 취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내 건보 적용은 어려운 상황,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결론이 나면 지체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터라, 이런 상황 반전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탈모 건강보험 적용, 못할 정책은 아니다
질병성 탈모가 아닌, 일반적인 탈모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국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례가 없다는 것이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임상적 효과성, 효율성(비용효과), 안전성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각국은 중증질환,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두고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고유한 문화적 전통과 사회적 공감대에 따라 특색 있는 건강보험 적용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건강보험제도의 원조 국가인 독일은 온천, 운동, 기후요법, 영양교육 등을 포함한 예방재활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이 중 기후요법은 기온, 습도, 기압 등 자연환경을 치료의 일부로 이용하는 것으로 치료 휴양지에서 숙식하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산책, 운동, 명상, 호흡 훈련 등을 수행한다. 건강보험 적용 기간은 통상 3주이고, 외래형 기후요법은 숙식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지만(일부 보조금 지급), 입원형 기후요법은 숙식 비용까지 건강보험이 보장한다.
프랑스는 100여 개의 공인 온천 시설에서 매년 수십만 명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온천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는 온천 시설에서 3주 동안 머물면서, 온천욕, 수중운동, 진흙 치료, 마사지, 영양 교육, 건강 교육 등을 제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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