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빗물식수화 시설에는 펜스가 없을까

지난 글에서 나는 캄보디아 Pong Toeuk High School(퐁 트윽 고등학교)의 레인스쿨(Rain School)을 방문하며 지속가능성의 비밀을 발견했다고 썼다. 학생들이 관리하고, 학교가 스스로 투자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펜스(fence)가 없다는 점이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공원에 가면 종종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본다. 왜 이런 팻말을 세워 놓았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잔디를 밟고 망가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관리 인력은 부족하고, 잔디가 망가지면 관리자는 욕을 먹는다. 결국 사람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 된다. 그래서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지고, 경우에 따라 펜스까지 설치된다.
펜스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을 잠재적인 문제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본 캄보디아의 레인스쿨은 나에게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펜스
나는 그동안 한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에서 빗물식수화 시설을 설치해 왔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시설 주변에는 펜스를 설치했다. 사람이나 동물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관리의 시작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Pong Toeuk High School의 20톤 빗물식수화 시설에는 펜스가 없었다. 학교 건물 옆 가장 좋은 자리에 설치된 시설은 누구나 볼 수 있었고 누구나 다가갈 수 있었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고 시설은 숨겨져 있지 않았다. 물론 CCTV는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익숙하게 보아 왔던 '출입금지'의 분위기는 없었다.
나는 관계자에게 물었다.
"왜 펜스를 설치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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