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 "이제 빚 못 갚는 시대 온다"

'청년'이 또 화두다. 6·3 지방선거 이후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2030세대의 표심을 분석하며 '청년 문제가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무엇이 달라질까?' 되묻게 되는 모습들이다. 주거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좌절해왔지만 국민의힘은 반공주의나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그릇된 신념에만 몰두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각자 편한 방식으로 청년을 호출할 뿐이다.
박기태 변호사는 이 방식이면,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그는 선거 당일 페이스북에 "2024년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21.1%, 연봉의 2.2배이고 같은 기간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40대 이상 모든 세대에서 자산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청년 세대만 홀로 퇴행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성공의 희망을 주지 않는다면, 국가의 부를 이전하는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면 세대 간 갈등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희망은 어떻게 줄 수 있을까? 박 변호사는 우선 '절망부터 덜어주자'고 얘기한다. 그는 최근 발간한 저서 <청년 파산>에서 무엇보다 2030세대의 '실패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뤄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는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더욱 '불확실한 미래'가 다가오는 만큼 국가가 '밀려난 사람'들을 지켜줄 준비를 해야 한다며 "그 시작은 빚을 없애 주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공장과 은행 창구, 식당의 키오스크를 넘어 자율주행차와 AI 법률 서비스까지, 인간의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소득은 불안정해졌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성실해도, '노동 소득'만으로는 평생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상황, 즉 '상환 불능의 일반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때 국가는 선택해야 한다. 빚을 갚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을 신용불량자로 방치해 사회를 붕괴시킬 것인가, 아니면 '기본 채무 탕감'을 도입해 구성원의 경제적 삶을 주기적으로 리셋해줄 것인가. 자본주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 <청년 파산>, 307~308쪽
영끌, 빚투, 사치... "다 하나로 엮이더라"
- 2020년쯤부터 "내 책상 건너편에서 눈물을 닦는 이들 중 앳된 얼굴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책에 썼다. 어떤 상황이었나.
"저는 상담을 많이 하는데, 좀 극단적인 일들이 늘어났다. 일하지 않는 청년들 얘기가 많이 나왔고, 반대로 청년들이 너무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얘기에, 사치 문제도. 저한테 와서 상담했던 사람들의 태반은 다 연관되어 있었다. 청년 한 명 한 명의 문제는 다양하지만 하나로 엮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서울회생법원 통계를 보면, 개인회생 사건 중 2030세대의 비율은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건수 자체는 2022년 6913건, 2023년 9171건, 2024년 9339건, 2025년 8974건으로 증가해 왔고.
"회생의 경우 2030세대가 50% 가까이 된 지는 좀 됐다. 오히려 비율로는 살짝 줄어드는 추세인데, 그건 다른 연령대 회생 신청자가 많이 늘어나서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원래 청년은 (법원에서) 파산을 잘 안 해준다. 회생은 앞으로 일을 해서 (채무의) 일부라도 갚으라는 것이고, 파산은 앞으로 일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지금 털어버린다는 개념인데 법원은 청년의 경우 '일해서 나중에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청년 파산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이유는 일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정되거나, 빚이 너무 크거나 두 가지일 텐데, 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 청년들이 일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고, 큰 빚을 지는 것도 그 자체로 문제다.
"전자(일을 못하는 청년)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정신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추행 피해자가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못하는 경우가 인정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습관성 사치가 심하거나 약물 중독, 게임 중독 등으로 인해서 정상적으로 일을 못하는 경우 등 파산이 나오는 사례들이 요즘 증가하고 있다."
- 어찌 보면 사회적으로 '나쁜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셈인데.
"공격적인 투자, 일을 안 하고 쉬는 것, 사치스러운 소비, 사기 당하는 것 다 다른 원인 같지만 하나로 엮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근본(바탕)에는 절망이 있다. 저는 결혼한 지 약 10년 됐고, 일반 급여생활자보다 돈을 많이 버는 편인데도 2016년 제 친구가 아파트를 샀다면 그 아파트값이 오른 폭과 제가 잘 벌어서 열심히 저축한 금액이 아예 상대도 안된다. 이런 상실감을 (사람들이) 되게 많이 느꼈는데, 청년들한테는 그냥 상실감의 문제가 아니라 절망이 되어버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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