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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중턱에서 엉엉 울어... 어느 내향인 인터뷰어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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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중턱에서 엉엉 울어... 어느 내향인 인터뷰어의 고백

산 중턱에서 엉엉 울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사회부 수습기자 시절, 기도발 잘 받기로 유명한 서울 관악산에 위치한 어느 사찰에 오르고 있었다. 등 뒤에 짊어진 노트북 무게보다 더 무거운 건 마음의 짐이었다. 산에 오른 목적은 단 하나. 어느 정치인과 주지 스님의 과거 인연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팀장은 실패하면 산에서 내려올 생각을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험한 돌산을 올라 사찰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부터 짙은 경계심이 느껴졌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였으니 나 같은 기자들이 수없이 다녀갔을 터였다. 괜한 정치적 이슈에 엮이지 않으려는 듯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럴 때 베테랑 기자들은 능청을 떨기도 하고 온갖 방법을 써서 빈틈을 파고들던데 안타깝게도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

쭈뼛쭈뼛 맴돌며 취재를 시도하다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밖으로 나왔다. 실시간 보고를 위해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도무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위에 걸터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휴대폰을 붙들고 울었다. 나 자신이 한심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 꿈은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스물일곱에 꿈을 이루고서야 알았다. 나는 이 직업과 잘 맞지 않다는 것을. 가장 부족한 것은 돌파력이었다. 기자는 언제 어디서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내게는 '들이대는' 능력이 부족했다. 예민하고 타인의 감정과 반응에 민감한 기질 때문일까. 특히 나도, 상대방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캐내는 상황이 어렵고 힘들었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

기자를 현장형과 기획형으로 나눈다면 나는 기획형이었다(물론 둘 다 잘하는 훌륭한 기자들도 매우 많다). 현장에서의 돌파력은 부족했지만 한 발짝 물러나 관조하며 맥락을 읽고 화두를 던지는 일은 자신 있었다.

다행히 첫 직장에서 기획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두 권의 책을 낸 것은 이후 기자를 그만두고 콘텐츠 기획자로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2013년 동료들과 함께 펴낸 <마을의 귀환>은 도심 속에 살면서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서울과 잉글랜드의 마을공동체 26곳을 심층 취재해 소개한 기획이었다. 후속작인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2016년)에서는 전국의 1인 가구 커뮤니티를 취재했다.

아무도 누군가를 돌보지 않는 각자도생 사회에서 '같이'의 가치를 고민하는 사람들, 불신과 불안의 시대에 변화와 희망을 믿는 사람들. 마을공동체를 꾸려가는 사람들 가운데 언론에서 앞다투어 취재하거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은 거의 없었다.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뛴다'라는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품고 있는 서사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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