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거부감 들었던 나도 이건 맘에 드네
"일하다 말고 왜 나와 있어?"
다음 주에 있을 직업 특강을 준비한다던 남편이 거실에서 야구를 보고 있어 한 마디 했다. 오후 내내 강의계획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웹서핑하고, 자료를 정리하더니 그새 다 끝난 건가. 그런데 남편은 어쩐지 조금 거만하고, 조금 뿌듯하며, 또 조금은 으쓱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으응, 지금 쟤가 하고 있어. 시켜놨으니 잘해놓겠지."
남편이 시켰다는 그 쟤(?)는 바로 AI였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란 '학습, 추론, 지각, 판단, 언어의 이해 등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전자적 방법으로 구현한 것'으로, 말 그대로 '인공지능'이다. 종류도 다양해서 챗GPT나 제미나이 외에도 요즘은 정말 여러 가지 AI가 있다 보니 이제 나의 체질과 입에 맞는 음식을 고르듯 인공지능도 골라야 할 판이다.
얼마 전부터 남편은 AI를 잘 이용하는 눈치였다. 성인 대상의 강좌엔 다소 전문적인 느낌의 표지와 내용으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엔 만화를 이용해 흥미 있게 다가가도록 강의안을 만들었다며 내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상당히 그럴듯했다.
"아니, 가르친다는 사람이 강의안은 직접 짜야지 자꾸 이렇게 기계를 시키면 되겠어?"라고 하면서도 은근 놀라움으로 페이지를 넘겨보곤 했다. 수강생에 맞춘 적절한 표지디자인,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표와 그래프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물론 모든 정보는 사용자가 주었을 것이고, 편집 방향도 지정해 준 결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리하고 첨삭해서 인공지능이 꺼내놓은 결과물은 내심 놀라웠다. 사방에서 AI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며, 그것을 알지 못하면 마치 살 수 없는 사회가 곧 닥칠 것처럼 반응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에서부터 거부감이 느껴졌다.
새로운 앱도, 전자기기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써보곤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특히 'AI를 이용한 글쓰기' 같은 강좌를 볼 때면 은근히 화가 났다. 글쓰기라는 영역만큼은 온전한 인간의 영역으로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런 나도 그만 챗GPT와 친해져 버린 날이 왔다.
요즘 우리가 준비하는 건 7월 말에 떠나는 열흘간의 중국 여행이다. 쑤저우, 항저우 그리고 상하이를 돌아볼 예정인데 나는 중국의 몇몇 도시를 고속철도로 돌아본 적은 있으나 그것도 십수 년 전의 일이라 이번에 세 도시를 고속철도로 돌아보려니 이런저런 정보를 모으는 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막막했다. 고속철도를 이용해야 하고,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좋아야 하며, 교통도 편한, 그야말로 물 좋고 정자 좋으며 거기에 가성비의 기준까지 맞아야 하는 호텔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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