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두고 쓴 작가가 '구원' 받은 이야기, 이것 때문이었네

18세기 유럽 상류층에서 그랜드 투어가 유행이었다. 있는 집 자제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을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돌았다. 로마의 유적을 보고 피렌체의 미술을 감상하고 주류 사회의 인맥을 쌓았다. 돌아와 "거기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였다. 여행기가 명소와 견문 중심이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애덤 스미스는 그랜드 투어에서 볼테르와 달랑베르를 만났고, 특히 파리에서 경제학자들과 나눈 교류가 〈국부론〉으로 이어졌다. 괴테는 1786년 이탈리아에서 고전 예술을 직접 보고 〈이탈리아 기행〉을 남겼다. 몽테스키외는 유럽을 수년간 돌며 정치 제도를 관찰해 〈법의 정신〉을 썼다. 모두 목적이 있는 여행이었다. 보고 배우고, 돌아와 무언가를 이루는 여행.
제목은 〈감성 여행〉인데 로런스 스턴의 소설은 그 계보에서 벗어나 있다. 다 읽고 남는 것은 주인공 요릭이 만난 사람들, 소소한 사건들, 그가 느낀 감정과 약간의 유머가 전부다. 처음엔 당황했다. 이렇다 할 사건도 서사도 없으니. 그러다 한 가지가 걸렸다. 스턴은 이 책을 "구원의 작품"이라 불렀다. 평생 폐결핵을 앓았고, 피를 토하는 고통과 가난과 불행한 결혼 속에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쓴 책이다. 출간 한 달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죽어가는 사람이 어째서 이 가벼운 책을 구원이라 불렀을까.
"프랑스에 가 보신 적 있나요?" 하인의 한마디에 요릭은 즉흥적으로 프랑스행을 결심한다. 여권도 없이. 도착하자마자 동냥하는 수도승에게 모욕을 주고, 처음 만난 여인의 부탁을 들어주고, 길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에게 자꾸 이끌린다. 목적지도, 이뤄야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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