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시간 채우려다 진로 찾았다... '애플수박'이 학생들에게 준 기적

"엄마순은 여덟 마디에서, 아들순은 세 마디에서 순지르기를 해야 해요."
도심 한복판,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 숨겨진 작은 텃밭에서 애플수박의 순지르기를 설명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진지하다. 충남교육청이 강조하는 '생태 전환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가장 생생하게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온양여자중학교의 환경 자율동아리 '온초록'의 일상이다.
충남교육청이 이처럼 학교 현장의 환경 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의 행동 변화나 가시적인 성과를 넘어, 아이들이 먼 미래에 자연과 공존할 줄 아는 '생태 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 즉 한 세대의 가치관을 바꾸는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학창 시절 체계적인 환경 교육을 받은 세대가 훗날 사회의 의사결정권자가 되었을 때, 경제적 효율성보다 환경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난 2일 오후, 온양여중에서 5년째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이용길 지도교사(체육)와 3년 동안 동아리의 주축으로 활약해 온 정소율·정서윤(3학년) 학생을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 보고서를 넘어, 우리 미래 세대가 기후 위기 시대를 어떻게 마주하고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해답을 담고 있었다.
"환경 오염은 머리가 아닌 '경험'으로 알아야 합니다"
체육을 전공한 이용길 교사가 환경 동아리를 맡게 된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전임 교사가 만든 '온초록'의 배턴을 이어받은 그는 시골 출신이라는 자신의 성장 배경을 살려 텃밭 중심의 생태 교육을 확립했다. 이 교사가 생각하는 생태 교육의 핵심 가치는 명확했다. 바로 '경험'이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학생들도 언론이나 교육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물이 어떻게 크는지 알고, 가물 때 물이 부족하면 작물이 안 자라는 것을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이 작물을 재배할 때 필요한 화학비료로 인해 토양이 오염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미래 세대로 성장한 후에 환경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씨앗'을 만들어주는 것, 그 가치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이 교사의 말대로 온초록의 활동은 교실 안의 죽은 지식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온초록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상추,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애플수박까지 직접 키우는 '작물 재배 경험'이다. 둘째는 버려지는 폐파레트를 수거해 사포질을 하고 마감해 '독서링'을 만들거나 바다 유리를 주워 키링을 만드는 '새활용 아이디어 제품 제작'이다. 셋째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환경 인식 개선 캠페인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일주일에 한두 번 모이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방학이나 농한기를 제외하면 거의 매일 점심시간마다 텃밭과 동아리방을 오가며 치열하게 진행된다. 전날 단체 대화방을 통해 내일 할 일을 공유하면, 이 교사가 수업이 있어 자리를 비우더라도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텃밭으로 가 물통을 옮기고 작물을 돌본다.
"처음엔 봉사시간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할머니보다 농사 잘 지어요"
동아리의 맏언니인 정소율·정서윤 학생은 1학년 때부터 3년 동안 점심시간을 반납하며 온초록을 지켜왔다. 보통 중학교 3학년이 되면 학업 부담으로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기 마련이지만, 두 학생은 여전히 텃밭의 대들보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온 계기를 묻자 아이들은 수줍게 웃으며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처음 중학교에 올라왔을 때는 딱히 환경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봉사시간도 준다고 하니까 하겠다고 들어왔죠.(웃음) 그런데 이걸 3년 동안 계속하다 보니까 환경에 점점 더 관심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막연히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기상이나 환경을 연구하는 연구원 쪽으로 직업에 대한 관심과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정소율 학생)
"저도 사실 환경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동아리 이름을 보니까 귀엽기도 하고, 요즘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니까 한 번 관심을 가져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거든요. 지금은 정말 잘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정말 많이 쌓을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롭고 좋아요." (정서윤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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