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으로 만들었는데 이 정도... 한때 모로코 화폐에 새겨진 성
사막을 벗어났다고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아틀라스산맥의 품 안에 있었다.
지리적으로도 아틀라스 남동쪽의 건조한 암석 지대였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 역시 메마른 검붉은 산과 갈색 흙집들 뿐이었다. 하이 아틀라스를 넘어 마라케시로 가기 전, 우리는 이틀 동안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다데스(Dades) 계곡과 아이트 벤 하두(Ait Benhaddou)의 문화와 삶을 엿보았다.
다양한 얼굴을 한 다데스 계곡
다데스 계곡으로 하이킹하러 간다기에 붉은 바위산을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원숭이 손가락을 닮았다는 다데스 계곡이 내 눈에는 단단한 팽이버섯 묶음을 확대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다데스 계곡은 수억 년 전 바다 바닥에 쌓였던 퇴적층이 솟아 오르며 형성된 지형이다. 이후 오랜 세월 아틀라스산맥의 눈 녹은 물과 폭우가 암석을 깎아내렸고, 살아남은 바위들은 사람마다 다른 형상을 떠올리게 했다. 누군가에게는 원숭이 손가락이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촛농이 흘러내리다 굳은 모습이었다.
지역 안내자를 따라 절벽 사이 길로 들어서자 다데스 계곡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포플러와 올리브 나무 사이로 시냇물이 흐르고 길은 평탄했다. 그늘진 구간에서는 신발이 젖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붉은 바위산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잊은 일행은 "이건 모과나무", "이건 유도화"라며 저마다 식물 이름을 아는 척하기도 했다.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고, 진분홍 글라디올러스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어느새 냇물을 지나 절벽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성 안으로 들어갔다. 기암괴석 사이를 걷다가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절벽 틈을 헤치고 나가면 다시 큰 길이 나오고 냇물이 보이기도 했다. 절벽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햇살의 각도에 따라 바위는 각양각색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단단히 조여 맨 등산화가 제 몫을 하는 순간도 있었다. 어느 틈엔가 우리는 다시 '원숭이 손가락' 절벽을 내려다보는 산등성이에 올라 있었다. 시야가 사방으로 탁 트여 있었고, 앞에 보이는 능선 끝까지 발길이 이어졌다. 험한 길은 아니었지만, 부서진 바위 조각들 때문에 내리막은 제법 미끄러웠다.
다데스 계곡의 마을은 수 세기 동안 사하라 사막을 건너온 카라반들이 하이 아틀라스를 넘어야 하는 힘든 여정을 앞두고 물이 흐르는 이곳에 집을 짓고 머물며 교역을 이어 나간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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