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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참담한 마지막 식사...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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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참담한 마지막 식사...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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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인도네시아 자바섬. 숨을 거둔 호랑이 한 마리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밀림을 호령하던 맹수의 마지막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앙상하고 비참했다. 학자들이 굶어 죽은 이 호랑이의 사체를 해부했을 때, 사람들은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제왕의 텅 빈 뱃속에서 나온 것이라곤 고작 뱀 한 마리와 딱정벌레 두 마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죽음은 단순한 자연의 도태가 아니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빚어낸 대학살의 결과이자, 수백만 년을 이어온 한 종(種)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했다.

자바호랑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만 서식하던 고유 아종이었다. 발리호랑이 다음으로 덩치가 작았던 이들은 따뜻한 지방에 살거나 섬에 고립될수록 덩치가 작아지는 '섬 왜소증'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수컷의 무게는 100~140kg 남짓으로 보통 180~200kg 가 나가는 다른 호랑이에 비해 작았지만, 초식동물의 뼈를 가볍게 부러뜨릴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생태계의 절대 강자였다. 뺨과 귀 안쪽에 난 긴 털, 유난히 촘촘하고 얇은 줄무늬는 자바호랑이만의 아름다운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맹수의 불행은 서구열강의 침략과 함께 시작되었다. 네덜란드 지배 시기 커피와 고무를 얻기 위해 거대한 플랜테이션 농장을 세웠고, 숲에서 쫓겨난 원주민들은 더 깊은 밀림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궈야 했다. 20세기 초 2800만 명이던 자바섬 인구가 1970년대 850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울창했던 원시림은 무참히 베어져 나갔다.

숲이 파괴되자 호랑이의 주식이었던 루사사슴과 반텡(야생 들소), 공작들이 먼저 자취를 감췄다. 설상가상으로 인간들의 무분별한 맹수 수렵까지 이어지며 자바호랑이의 씨가 말랐다. 제2차 세계대전과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이라는 인간들의 핏빛 다툼 속에서 동물원에 남은 개체들마저 굶어 죽거나 군인들의 총탄에 쓰러졌다. 결국 먹이도 잃고 집도 잃은 최후의 호랑이들은 밀림의 바닥을 기어다니는 딱정벌레로 허기를 달래다 서서히 굶어 죽고 말았다.

공식적으로 자바호랑이는 1980년대에 멸종된 것으로 선언되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바섬 일대에서는 맹수의 흔적이나 발자국을 봤다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다. 2017년에는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표범 사진이 자바호랑이로 오인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최근에는 채취된 체모의 DNA를 둘러싼 학계의 진실 공방까지 벌어졌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멸종된 호랑이의 환영을 좇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한 생명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렸다는 무의식적인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서식지의 70%가 파괴되어 버린 자바섬에 설령 호랑이가 살아있다 한들, 제2의 '딱정벌레를 먹는 호랑이'를 만들어내는 비극의 반복일 뿐이다.

시베리아호랑이의 슬픈 생존 방식

열대 밀림에서 한 종이 쓸쓸히 스러져갔다면, 유라시아 대륙 북방의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는 또 다른 제왕이 인간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바로 우리에게 '백두산호랑이' 혹은 '한국호랑이'로 친숙한 시베리아호랑이다. 추운 지방일수록 몸집이 커진다는 '베르그만의 법칙'에 따라 수컷의 체중이 평균 200kg, 최대 350kg에 육박하는 현존 고양잇과 최대 맹수다.

이들은 혹한에 적응하기 위해 배와 옆구리에 두터운 지방층을 지녔고, 타 아종에 비해 옅은 털빛과 넓은 간격의 줄무늬를 가졌다. 시베리아호랑이는 멧돼지나 사슴 같은 발굽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수컷 한 마리당 최대 1000㎢(서울 면적의 약 1.6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역을 홀로 지배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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