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장애인을 만났을 때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60만 명에 달한다. 매년 봄이면 언론과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장애 관련 기념일과 캠페인을 쏟아내며 '더불어 사는 사회'와 '인식 개선'을 외친다.
그러나 화려한 슬로건이 지나간 자리, 평범한 일상에서 비장애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여전히 서툴고 어색하다. 대중교통에서, 길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이를 마주쳤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사회가 제공하는 인식 개선 교육은 이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답을 주고 있을까.
현직 특수교사이자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대학 강단과 기관에 설 때마다 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길에서 장애인 분이 휠체어를 밀고 가시는데,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시 정해진 매뉴얼이 있나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의 눈빛에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정해진 매뉴얼이나 완벽한 모범 답안을 구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상대를 배려하고 싶지만, 혹여나 자신의 행동이 무례하게 비치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 교육이 여전히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이나 '이론적 규정'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최근 한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뻔한 교과서적 답변을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답을 주는 대신, 얼마 전 내가 직접 출연했던 사회적 실험(Social Experiment) 영상 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신사역 횡단보도에서 벌어진 사회적 실험
화면 속 장소는 평일 오후에도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신사역 앞 횡단보도였다. 보행 신호는 생각보다 짧았고, 건너야 할 횡단보도는 유난히 길었다.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수동휠체어를 직접 밀고 가던 내가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설상가상으로 들고 있던 소지품들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보행 신호등의 녹색 불은 이미 깜빡이고 있었다.
영상을 잠시 멈추고 강의실을 가득 채운 학생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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