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캐낸 빈 화분, 60대 부부가 새로 심은 것

감자 캐낸 빈 감자를 캐고 난 빈 화분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관련 기사: [사는 이야기] 자식 농사 끝낸 60대가 베란다 텃밭에서 마주한 것 https://omn.kr/2iyqa). 베란다의 다른 화분들은 저마다 예쁜 꽃을 피우며 화분 안 작은 흙 위에 새로운 생명의 집념을 담아내고 있다.
아내가 지인과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손에는 이파리가 축 늘어진 깻잎 세 포기가 들려있었다. 지인과 식사를 끝내고 지인의 부모님 댁에 잠시 들렀다가 가져왔다고 한다. 지인의 부모님이 장기간 한국을 방문 중이시라 지인 부부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방문해 화단에 물을 주었는데, 한여름 무더위에 일주일에 한 번은 수분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베란다 한쪽 커다란 화분에 심어진 채소 중 유독 깻잎이 바짝 말라죽어가고 있어 아내가 몇 포기를 가져왔다고 한다.
우리 집 베란다 화단에는 제라늄부터 시작해 토마토와 꽃, 나무가 가득 차 있다. 매일 해가 넘어가는 저녁 늦은 시간이 되면 베란다 화단에 물을 주면서 반려식물과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종료한다. 물을 주다 보면 며칠 전 감자 수확을 끝낸 화분이 왠지 자꾸 눈에 밟혔다. 저 빈 곳에 무엇을 심어 또 새로운 생명을 싹 틔울까 하던 차에 아내가 다 죽어가는 깻잎을 때마침 가져온 것이다. 아마 아내도 그 빈 화분을 마음에 두고 가져왔던 것 같다.
화분에 다시 심어도 소생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지만, 곧바로 빈 화분에 심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기 시작했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냉혹한 섭리가 떠올랐다. 다행히 우리의 정성이 통했는지 세 포기 중 가장 튼실한 하나가 흙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생기를 품기 시작했다. 나머지 작은 두 포기는 아직도 생존의 갈림길에 서서 힘겨운 숨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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