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도착했지만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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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착에 대해서 생각하기: 물리적 도착과 규범적 도착 사이의 간극
'공항난민'이란 무엇인가. 이 기사에서는 이들을 '물리적으로' 공항에 도착했지만 '규범적으로' 도착하지 못한 상태에 갇힌 '난민신청자'라고 정의해 본다. 2013년 4월, 나는 인천공항에서 이 '도착'의 이중성을 경험했다.
동료들과 해외 일정을 마치고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나는 입국을 거부당해서 '규범적인 도착'을 못한 상태로 '출국대기실'에 머물러야 했다. 입국 유예상태에 있는 나와 함께 하려 했던 동료들은 '입국장'에 갇혔다가 공무원에게 규범적인 도착(=입국)을 강요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국경의 실체를 실감했다. 국경은 지도에 그려져 있는 '선'이 아닌, 공항이라는 '공간'도 아닌, 사람의 '행위'로서, 누군가의 '몸에 구현된 규범'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물리적인 도착과 규범적인 도착의 격차를 만들어 낸 그 '행위'가 바로 공항(출입국항)에 그어진 국경이며, 이러한 국경이 비국민에게는 물리적인 구금공간과 규범으로 만든 '도착 미완료'라는 복합적 가상공간이라면, 국민에게는 연대와 관계 맺음이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물리적인 도착'과 '입국'은 엄연히 다르다. '입국'은 오로지 입국심사의 통과를 의미하며, 항공기의 착륙으로 즉시 발생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간극에서 발생한다. 출입국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다가 입국을 거부당한 채 '도착 미완료'의 공간에 구금된 이들 중, 훗날 재판을 통해 '부당한 구금'이었음이 밝혀지는 비율이 무려 72%에 달한다고 한다(관련기사: 72%의 억울함... 공항난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https://omn.kr/2dqjc).
이 놀라운 오판율은 우리 사회가 비호를 신청하러 온 자들에게 얼마나 쉽게 '가짜난민'의 낙인을 찍고 국경에 가두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즉, 물리적으로 도착한 난민신청자의 '입국할 권리'가 출입국항에서 행해지는 간이 심사를 통해, 제대로 된 난민심사를 받아보기도 전에 악의적인 행정 '실수'로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항 난민의 인권에 있어 '입국할 권리' 이전에, '물리적으로 도착할 권리'에 대해도 주목해야 한다.
2. '도착할 권리'에 대한 침해는 '선제적인 추방'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더 나누고자 한다. 7, 8여 년 전에 가족을 방문하려고 아이와 함께 부산에서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던 때의 일이다. 대만 여권 소지자인 나와 달리, 한국 여권을 소지한 아이는 '대만에서 떠날 티켓'이 없다는 이유로 항공사로부터 체크인을 거부당했다. 대만에 도착해서 입국 거부를 당해도 좋으니 일단 탑승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도착해서 입국 거부를 당할 자유마저 권리로 주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적인 특권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일지 모르나, 절박한 이들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장벽이 되며, 서로를 통해 구성한 사회에서 사는 누군가에게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훔치는 행위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떠올려보자. 정부는 국제협력에 대한 어떤 노력도 없이, 예멘을 제주의 '무사증 입국 제외 국가' 리스트에 서둘러 추가했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지 예멘에서부터 아예 난민신청자의 발을 묶어버리는 '선제적 입국 거부'라고 할 수 있다. 난민신청자들이 항공권을 구입할 때 실제적 목적지를 '경유지'로 설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착지의 정부가 촘촘하게 짜 놓은 선제적 난민 추방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도착하기 위해 '경유'하는 것이다. 우회해야만 비로소 실날 같은 가능성이라도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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