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발언은 당무개입?…쟁점별로 검증해보니
① 당직선거 의견도 당무개입일까…법과 당헌 살펴보니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기탁금 과다'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한 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말을 '당무개입'으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과연 당무개입일까?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8.17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자 기탁금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청년들도 등록하는 최고위원 기탁금이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때보다 4배 많은 2천만원으로 인상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의 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어려움과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걸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이 "이는 당무개입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무개입으로 징역 2년형을 받았다"는 경고의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일상적 정당활동에 대해선 대통령도 법률과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해 당원으로서 참여할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는 공직선거 후보 공천이나 경선에 개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일까.
해당 '민주당 당헌·당규'는 당헌 105조 2항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재임기간 동안 당론 결정에 참여할 권한과 당론을 이행할 의무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친박계 인사들을 공천하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하는 데 관여한 사건을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당한 이후 공천개입 사건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이 인정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뒤이어 자신의 사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의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이 자신의 말을 '당무개입'이라 논평한 데 대한 비판 글을 통해서였다.
이 대통령은 "공당이 당직선거와 공직선거조차 구분하지 못하면 안 된다"며 "공직자인 당원의 당내 공직선거 관여는 불법 당무개입이자 선거법 위반이지만, 당원의 소속정당 당직선거 의견 개진은 적법하고 정당한 정당 활동"이라고 직격했다.
실제 공직선거법 85조 1항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선거'란 같은 법 2조에 명시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말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를 '뽑아라' 또는 '말아라' 하는 것도 아니고, 원칙적인 걸 이야기하는 건데 당무개입이라고 하는 건 과한 이야기"라며 "대통령은 청와대 내의 유일한 당원인데, 당과 관련된 모든 것을 얘기조차도 못 하게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② '정청래 견제설' 근거 있나…시점 따져보니
당무개입 논란은 법적 규정 위반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무적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정청래 전 대표 견제'용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청래가 대표될까봐 어지간히 불안한 모양"이라며 "특정 후보 편들자는 게 아니라지만 민주당원들조차 아무도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썼다. 정청래 대표 재임 시절의 당정갈등을 빌미로, 이 대통령이 김민석·송영길 의원의 당대표 선거를 돕고 있다는 얘기다.
이 주장은 기탁금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정민철 최고위원 예비후보가 김 의원을 지지하는 친명계로 분류된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기탁금 문제 제기 → 친명계 → 정청래 견제'라는 연결고리다.
그러나 이는 정황에 기댄 추론으로, 이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직접 거론하거나 지지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근거로 들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2024년 1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노골적인 개입"이라고 비판했던 발언을 재소환하며, '이중잣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두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 당시 이 대통령이 비판한 건 이른바 '윤-한 갈등' 국면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하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사건이었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의 거취에 직접 개입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기탁금 액수에 의견을 낸 이번 경우와는 무게가 다르다. 당시가 훨씬 심각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고, 이는 국민의힘 주장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같은 논리로 반박한다. 박경미 대변인은 "당직선거와 공직선거의 본질적 차이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몰이해"라며 "과거 민주당이 비판한 건 행정부 권력으로 여당 대표를 찍어내고 공천을 설계하려던 권력 남용"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당직선거 대 공직선거' 구분과 같은 맥락의 논리다.
'견제설'을 뒷받침하려면 이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촉발한 '시발점'이어야 하지만, 시점도 맞지 않는다. 민주당 선관위는 21일 전체회의에서 기탁금 문제를 재논의할 예정인데, 선관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발언 전날인 18일에 이미 재논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내가 선관위원장에게 공식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보다 앞선 시점에서 문제가 제기돼 이미 재논의 수순에 들어가 있었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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