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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슬픔의 시작점은 안산" 돌양이 품은 이야기[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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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경기 안산시 상록구 안산문화원 야외전시장 한 켠에는 돌로 된 양 한마리가 서 있다. 두루뭉술한 몸통, 머리의 뿔 역시 몸통에 어울리게 동그랗게 말려 있다. 안내판은 이 석양(石羊)이 현덕왕후 폐릉지 출토 유물임을 알려주고 있다. 현덕왕후는 조선 5대 임금 문종의 비(妃)이자 비운의 왕, 단종의 생모다.

올봄 '왕과 사는 남자'가 극장가를 휩쓸면서 단종의 슬픔을 품은 곳, 강원도 영월이 주목받았다. 영월이 단종 슬픔의 마지막 자리라면, 이곳 안산은 단종 슬픔의 시작점이다. 석양이 품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 안산이 품은 단종애사를 살펴본다.

석양에 대한 안내문은 크게 세 가지를 알려준다. 현덕왕후가 세종 23년 세자빈으로서 원손인 단종을 낳고 산고 끝에 세상을 떠나자 안산군 와리면 목내리에 능을 만들어 장사하고 소릉(昭陵)이라고 칭했다는 것. 세조가 즉위 3년에 소릉을 파헤쳐 폐했다는 것. 중종이 바닷가에 묻힌 유골을 찾아 동구릉에 문종의 능 옆에 안장했다는 것.

12세에 왕위에 오른 단종은 여타 어린 왕과 달리 후원해 줄 내명부 어른이 없었다. 생모 현덕왕후가 없어서다. 아버지 문종의 부탁을 받은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가 단종을 보좌했고, 혜빈 양씨와 금성대군 등이 보위했지만 수양대군이 이들을 핍박, 결국 단종은 즉위 3년여 만에 왕위를 선양하고 만다.

단종은 즉위 2년 후인 1454년 어머니의 무덤이 있는 안산을 찾아 제사를 지냈다. 단종실록에 보이는 "임금이 소릉에 제사하다"는 기록은 왕이 된 뒤에도 단종이 어머니의 묘를 찾았음을 보여준다. 의지할 데 없는 임금, 겉으로는 만인지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지만 삼촌인 수양대군의 전횡에 실권을 잃어버린 의지가지 없는 고아 단종이 소릉에서 목놓아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안산의 지명은 아직도 단종의 안산 행차와 소릉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다. 소릉이 있던 자리는 '능안', 단종이 참배를 위해 지나가던 길은 '능길'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단종의 삼촌이자, 조선 7대 왕 세조는 즉위 3년에 소릉을 파헤쳤다. 형 문종의 비, 자기 형수의 무덤을 파헤친 이유가 뭘까? 안산에는 이에 대한 이야기 하나가 전해진다. 이른바 '관우물 전설'이다.

안산 반월공단 일진전기 정문 경비실 옆 담 한 켠에는 '관우물지'라는 표지석이 남아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세조가 단종을 죽이려 할 때 현덕왕후가 세조의 꿈에 나타나 이를 엄히 꾸짖었다. 크게 노한 세조가 현덕왕후의 관을 바다에 던저버렸다. 왕후의 관은 소릉 옆 바닷가까지 떠밀려 왔으나 아무도 관을 건져주지 않았다. 방치된 관을 순박한 농부가 양지바른 언덕에 옮겨 묻어주었다. 관이 처음 도착했던 바닷가는 뒤에 육지가 돼 이곳에 우물이 생겼다. 이곳을 관이 닿았던 자리라해서 '관우물'이라 불렀다"

이 이야기는 정사로 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죽은 뒤에도 자신의 아들인 단종을 괴롭히는 삼촌(수양대군, 이후 세조)의 꿈에 나타나 엄히 꾸짖는 모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덤을 파헤침으로써 죽은 이의 흔적조차 지워버리려는 권력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모여 이같은 뒷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포털을 검색하니 7월19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관객수 1691만명을 기록 중이다.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은 영월의 단종을, 단종의 마지막을 함께 한 엄홍도를 떠올릴 터이다.

이곳 안산문화원 야외전시장에 있는 석양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무엇을 볼까? 방치된 현덕왕후의 관을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준 순박한 농부. 그 농부로 대변되는, 폭정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민중이 만들어 낸 관우물터 이야기. 용포 안에 감춰야만 하는 삼촌의 만행을 토설하듯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목놓아 우는 단종.

어머니 현덕왕후가 조용히 흐느낀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공감언론 뉴시스 sonanom@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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