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감자 넣고 매콤하게, 장마철 입맛 살리는 짜글이 비법

날씨가 무덥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이라 통 입맛이 없었다. 며칠째 간신히 허기만 면할 정도로 입만 다시고, 거의 물과 커피로 지내는 중이었다. 영 기운을 못 쓰고 누워 있다가 문득 베란다를 보니 지난번 큰손주가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작은 감자 몇 알이 눈에 띄었다. 구운 감자와 찐 감자로 간식을 두어 번 해주고 남은 것들이었다(관련 기사 : 햇감자 들고 하원한 손주, 할머니표 간식을 만들었습니다).
자그마한 감자를 보고 있자니 예전 시어머니께서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해주시던 감자 찌개, 그러니까 국물이 자작한 '감자 짜글이'가 번뜩 생각났다. 별다른 반찬 없이 그거 하나만 상에 올려도 얼큰하고 칼칼하니, 온 가족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게 만들던 추억의 맛. 그 찌개라면 도망간 입맛도 돌아와 밥 한 술 뜨겠다 싶었다.
냉장고를 뒤적여보니 다행히 아침에 손주들 볶음밥을 해주고 남은 양파와 애호박이 조금씩 있었다. 된장찌개 끓여 먹고 남은 두부도 반 모 있었다. 비상용으로 쟁여 두었던 참치 캔도 하나 꺼냈다.
손맛을 기억해 내다
작은 감자알의 껍질을 까고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썰기를 했다. 양파와 애호박, 두부도 비슷한 크기로 가지런히 썰어두고 고추는 어슷 썰었다. 도마 위의 재료를 보니 별 것 없다. 집에 있는 자투리 채소면 된다. 두부가 없으면 빼도 된다. 애호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자는 꼭 있어야 한다. 참치캔도 없으면 빼도 된다.
기억을 더듬어 요리를 시작했다. 먼저 냄비에 감자를 담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맛간장을 넣어 버무리듯 섞었다. 양념이 감자에 골고루 배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고 나서 참치캔 기름과 식용유를 조금 넣고 달달 볶다가 자작하게 물을 붓고 만능 육수 가루를 넣어 팔팔 끓였다. 물이 끓으며 매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신기하게도 식욕이 확 돌았다.
감자가 어느 정도 포슬포슬하게 익었을 때 나머지 재료들을 넣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식구가 있어 청양고추 대신 풋고추를 넣고, 다진 마늘과 송송 썬 파, 그리고 참치 살코기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인 뒤 불을 껐다. 수저로 국물을 살짝 떠먹어보니 신기하게도 옛날에 시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그 시절 그 맛에 제법 가까웠다. 뭉근하게 익은 감자에서 나온 전분 덕분에 국물도 아주 진하게 잘 졸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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