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아이스크림이 던진 질문, 우리 사회는 답할 준비가 돼있나

단돈 1500원짜리 막대 아이스크림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두 청년이 계산을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보며, 나는 앞선 칼럼을 통해 우리 법과 제도가 약자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아이스크림 먹은 발달장애인 '특수절도'라니, 법은 왜이리 잔인한가)
이 사건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일단락되었다고 해서, 사건이 남긴 구조적 비극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 사건을 보며 오래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인화학교 사건'의 그림자를 다시 떠올렸다. 인화학교 사건은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폭력과 인권 유린이 벌어졌던 참극이다. 당시 그 비극이 은폐되고 장기화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장애 당사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법 절차와 조력 체계의 부재였다. 장애인의 서툰 언어나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을 '무능'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직된 수사 관행 앞에서 진실은 은닉되었고, 피해자는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2차 가해를 겪어야 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과연 누가 진짜 범죄자인가.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은 발달장애인인가, 아니면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차가운 법 조문만을 들이밀어 사건을 왜곡시킨 우리 사회의 구조인가. 15년 차 특수교사이자 장애인 당사자로서 매일 교실 문을 열고 아이들을 마주하는 나에게, 이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닌 서글픈 거울이었다.이제는 '기소유예'라는 운에 기대는 사법 체계를 넘어, 발달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보호할 구체적인 '사법 공존 매뉴얼'을 도입해야 한다.
첫째, 신고 전 '교육적 개입'과 '중재 우선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적 규칙과 충돌했을 때, 경찰 신고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신고 접수 시 즉시 관할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나 장애인 인식 개선 전문가 등 '중재자'를 호출하여 당사자의 인지적·행동적 특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인화학교 사건처럼 장애 특성에 대한 무지가 사건을 왜곡하는 비극은 반복되어선 안 된다. 범죄의 고의성을 단정 짓기 전에, 보호자 및 전문가와 함께 사건의 배경과 의도를 파악하는 조정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