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선거 분석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6.3 지방선거가 끝난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행정으로 인한 혼란이 한창이다. 개표 결과를 놓고 대수의 법칙 같은 통계학적 이론이 호출되고 유수 대학의 통계학과 교수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선거의 신뢰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 3사 (KBS MBC SBS)와 JTBC의 출구조사 역시 실제 개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며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방송 3사 스스로가 선거 당일 방송 내용을 잘못 계산한 것으로 시인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잘못된 계산을 고치면 기존에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2030 여성의 선호도가 정원호 후보로 크게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정 이전의 출구조사에 나타난 2030 여성의 후보 선호를 바탕으로 쏟아진 수 없이 많은 글에 낭비된 지면이 안타까워지는 순간이다.
선거를 둘러싼 숫자를 두고 벌어진 촌극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SBS 개표방송은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오픈 AI의 인공지능 서비스 챗지피티(ChatGPT) 활용을 강조하며 여타 방송사보다 더 정확한 선거 분석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상업적 인공지능 서비스가 선거분석을 개선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챗지피티가 SBS 선거분석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드러난 정보만으로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선거 분석 방법은 1960년대에 전자신호처리를 위해 개발된 칼만 필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효과에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숫자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고 인공지능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출구조사 분석에 기반하여 2030 여성의 보수화를 분석했던 여러 기고문이 그러했듯 이제는 정치평론조차 숫자와 데이터를 인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숫자와 통계에 집착하게 됐을까?
벤자민 렉트의 신간 <비이성적인 의사결정: 우리는 어떻게 컴퓨터에게 판단을 위임했는가>는 통계학과 컴퓨터를 이용한 분석, 의사결정의 역사와 맥락을 소개하는 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신호처리와 인공지능을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과학계의 통계적 관행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통계적 관행이란 통계적 유의성을 바탕으로 명제의 참 거짓을 가르는 일을 말한다. 저자는 통계적 분석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 연구자들을 보면서 이러한 관행과 의존의 역사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정리했다.
현재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정량적 분석이 보편화된 것은 한 세기조차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개념은 1930년에 개발됐으므로 이제 막 90살을 넘겼지만 이전에도 과학적 발견은 계속 이뤄졌다. 이 개념이 여러 분야에 일반화된 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역사는 8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뉴턴의 운동법칙보다 300년 늦었고, ABO식 혈액형의 발견보다 50년은 늦은 것이다. 아서 에딩턴이 개기일식을 관찰하며 얻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첫 번째 경험적 증거 역시 1919년에 수집됐고, 이론 자체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발표하였다. 사실여부를 통계학으로만 판단하는 현대의 관점에서 본다면 20세기 중반 이전의 모든 발견은 혈액형 같은 생물학적 발견뿐만 아니라 물리법칙까지도 비과학적인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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