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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룸'은 어떻게 제국의 식탁으로 흘러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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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룸'은 어떻게 제국의 식탁으로 흘러갔나

스페인 카탈루냐 북부 레스칼라(L'Escala)의 고즈넉한 지중해 연안, 이른바 '코스타 브라바(Costa Brava)'를 출발해 스페인 지중해 연안을 따라 맹렬하게 내달렸다. 약 1300km에 달하는 이틀에 걸친 멀고도 고단한 운전이었다. 레스칼라에서 지중해의 서늘하고 다정한 바람 속에 은은하게 멸치를 삭히던 장인들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뒤로하고, 왜 이토록 멀고 거친 이베리아반도의 최남단을 향했을까. 고대 인류 미식사에서 가장 화려하고 격렬했던 액젓 소스 산업화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말라가(Málaga)를 지나면서 해안은 찬란하게 빛나는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 즉 '태양의 해안'으로 바뀌었다. 연간 300일 이상 눈부신 햇살이 쏟아진다는 이 길을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는 황량하면서도 붉은 기운을 띤 안달루시아의 대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렌터카의 창문을 열자 뜨거우면서도 신선한 짠내를 듬뿍 머금은 공기가 훅하고 밀려왔다. 지중해를 거쳐 마침내 대서양의 역동적인 조류와 만나는 카디스(Cádiz)주 타리파(Tarifa) 볼로니아 해변의 바엘로 클라우디아(Baelo Claudia)에 당도했다.

바엘로(Baelo)는 이 바닷가 도시가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이름이고, 클라우디아(Claudia)는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시대에 로마 자치도시(municipium)로 편입된 역사의 흔적이었다. 이름 하나에도 이 도시가 단순한 어촌이 아니라, 참치 어업, 생선 염장, 가룸 생산 등으로 부를 쌓고 제국의 질서 안으로 편입된 수산 발효 산업 도시였다는 기억이 새겨져 있었다.

바엘로 클라우디아에 도착하자, 레반테(Levante) 바람이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먼저 맞았다. 지중해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대서양으로 불어온 이 바람은 고대 로마의 돌기둥 사이를 거칠게 지나갔다. 한때 이곳에서 생선과 소금이 이 바람 아래 익어갔을 것이다. 볼로니아 해안 너머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가 불과 14km 거리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다. 마치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거대한 문명의 교차로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전율마저 일었다.

해안선을 따라 볼로니아(Bolonia) 해변으로 가자, 30미터 높이로 거대하게 솟아오른 황금빛 모래 언덕 '두나 데 볼로니아(Duna de Bolonia)'가 시야를 완전히 압도했다. 오랜 시간 레반테 바람이 밀어 올린 이 살아있는 거대한 모래 장벽 아래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화려했던 액젓 도시 바엘로 클라우디아의 붉은 유적지가 신기루처럼 엎드려 있었다.

유적지 입구에 차를 세운 뒤, 모래바람을 뚫고 해안선과 맞닿은 유적지 심장부로 걸어 들어갔다. 가장 먼저 우리의 눈길을 붙잡은 것은 금속으로 된 현장 안내 표지판이었다. 표지판에는 'CETARIA XV / FISH SALTING PLANT XV(제15호 어류 염장 공장)'라는 묵직한 글귀와 함께, 당시의 염장·가룸 생산시설 배치를 생생하게 그려낸 3D 복원 조감도가 새겨져 있었다. 장장 1300km를 달려와 마침내 인류 미식사를 뒤흔든 거대한 발효 산업의 한가운데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서양 참치와 흰 황금이 만난 발효 산업 클러스터

발길을 옮겨 '콘훈토 인두스트리알 XI(CONJUNTO INDUSTRIAL XI)'이라고 적힌 다른 구역의 설계 도면 앞에 섰다. 도면에 따르면 이 공장은 남쪽으로 난 입구를 지나 널찍한 '중앙 안뜰(PATIO CENTRAL)'을 중심으로 총 11개의 사각형 석조 수조(Pileta)가 'U'자 형태로 바둑판처럼 정교하게 배치된 구조였다.

실제 유적지 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머리로 상상했던 것을 훌쩍 넘어서는 경이로운 크기였다. 엠푸리에스나 폼페이에서 보았던 땅에 묻힌 대형 저장 항아리 돌리아(Dolia)가 로마 발효 기술의 한 축이었다면, 바엘로 클라우디아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산업화된 석조 수조, 즉 케타리아이(cetariae)가 대단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바엘로 클라우디아에서도 돌리아가 발견되었지만, 이 도시의 수산 발효 산업을 상징하는 것은 대규모 염장·가룸 생산을 가능하게 한 석조 수조 군락이었다. 직접 현장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니 그 이유가 와닿았다. 매년 봄철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이동하는 수백 킬로그램짜리 대서양 참치(블루핀 튜나) 떼를 전통 방식인 '알마드라바(Almadraba)'로 잡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던 이곳에서, 좁은 입구의 옹기 항아리로는 그 엄청난 물량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해안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대서양 참치(Bluefin Tuna) 어획 방식인 알마드라바(Almadraba)는 타리파 지역에서 오늘날까지도 유명하다. 실제 알마드라바 어법은 3000년 전 고대 페니키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봄, 거대한 참치 떼가 산란을 위해 대서양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지나 지중해로 들어갈 때, 어부들은 수심이 깊은 해안에 거대한 미로 형태의 그물망을 설치해 참치를 유도한 뒤 참치들이 그물 안에 모이면 일제히 끌어올렸다. 수면 위로 솟구치는 거대한 참치의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안달루시아 해안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이는 부산 가덕도의 전통 숭어잡이인 '숭어들이' 어법을 연상시켰다. 가덕도 국수봉 망루에 올라간 어로장이 물빛과 그림자만으로 숭어 떼를 감지해 신호를 보내면, 바다 위 목선 여섯 척에 나눠 탄 어부들이 일제히 그물을 당겨 올려 숭어를 잡아 올리는 오직 인간의 힘과 협동심으로만 진행되는 전통 어법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집념 어린 오감과 끈끈한 공동체적 '협동'에 의존한 어법을 떠올리며, 문득 시스템이 무너져도 멸종하지 않고 대를 이어 살아남는 로컬 발효의 힘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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