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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남편과 산행, 북한산에서 찾은 '와비사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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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남편과 산행, 북한산에서 찾은 '와비사비'

내가 산행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시간 만큼은 누구도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나'로 돌아간다는 데 있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숨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햇살과 바람이 살갗에 닿는 감각이 또렷해지고, 생각은 단순해진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누군가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함도 사라진다. 그저 오늘의 몸 상태에 맞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한 걸음을 내디딜 뿐이다.

산행(山行)은 말 그대로 '산(山) 갈 (行)', 즉 산을 걷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의미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는 이 산행 속에서 마주하는 '우리 부부의 가장 자연스러운 시간'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일정 없는 주말, 남편이 산행을 제안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좋아" 사인을 보낸다. 전날 저녁에는 김밥 재료를 미리 준비해 둔다. 살짝 절인 오이, 볶은 김치, 계란 지단, 채 썬 당근 볶음이면 준비는 끝이다.

부부의 단단한 일상이 된 산행

오랜 시간 남편과 함께 산을 다니다 보니, 배낭을 꾸리는 일도 서로의 몫이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나는 김밥 두 줄을 빠르게 말아 썰고 과일을 챙긴다. 남편은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고 얼음 물을 준비한다. 이런 호흡이 쌓일수록 산행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우리 부부의 단단한 일상이 된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미 기대가 시작된다. 지난 5월엔 강화도 혈구산과 고려산 산행을 두 번 했다. 지난 7일, 철저한 계획형인 남편의 제안으로 이번 산행 코스는 북한산 여성봉과 오봉으로 정했다.

6월의 북한산은 유난히 생기가 짙었다. 주황빛 나리꽃과 흰 함박꽃이 숲의 틈마다 얼굴을 내밀고, 짙어진 녹음은 하늘을 가릴 만큼 무성했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은 조금씩 풀어진다.

산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들기도 한다. 대부분은 내가 이야기를 꺼내고, 남편이 짧게 답을 이어가지만 어느 순간에는 말없이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다. 각자의 보폭으로 움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속도는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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