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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국가의 비밀 장부? 주인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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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국가의 비밀 장부?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 글로리아홀. 한국국가정보학회 하계 정기 세미나의 제목은 딱딱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뜻밖에 생활 가까이에 있었다. '한일 정보협력의 새로운 지평': 암호화폐, 보안과 국가안보'. 학회 참가 안내문에서 이 두 문장을 읽는 순간, 두 가지 문제 의식을 가지고 꼭 현장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보는 국가를 지키기 위한 비밀 장부인가, 시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맡겨진 공적 자산인가.

이날 1부에는 기타무라 시게루 전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일본의 인텔리전스 개혁의 방향성'을주제로 발제했다. 2부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인공지능 위협시대의 방어 재설계로 이어졌다. 주제만 보면 정보기관과 금융회사, 사이버 보안기업의 전문 논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해킹당한 거래소의 코인이 북한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갈 수 있고, 인공지능이 만든 가짜 정보가 선거와 시장을 흔들며, 정부가 수집한 데이터가시민 감시로 뒤집힐 수도 있는 시대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의 핵심은 '더 많은 정보를 모으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누가정보를 모으고, 누가 검증하며, 누구를 위해 쓰는가. 이 질문을 피한 정보협력은 아무리 기술적으로정교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일본은 왜 뒤늦게 움직였나

세미나의 주제 및 일정은 도쿄의 입법 시계와 절묘하게 맞물려 있었다. 5월 27일 일본 참의원은 국가정보회의 설치법안을 가결했다. 법의 뼈대는 분명하다.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정보회의를만들고, 그 사무국 역할을 할 국가정보국을 내각관방에 설치한다. 관계 행정기관은 회의 심의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제때 제공하고, 의장이 요구하면 필요한 협력을 해야 한다. 일본의 기존 내각정보조사실과 내각정보관은 국가정보국 체제로 재편된다.

겉으로는 조직 개편이다. 그러나 속을 보면 전후 일본 정보체계가 오래 안고 있던 고질병에 대한 처방전이다. 일본의 정보 기능은 내각, 외무, 방위, 경찰, 공안 분야로 나뉘어 있었다. 서로 견제한다는장점도 있었지만, 위기가 닥치면 정보가 부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세로로갈라진 행정'이라고 불러왔다. 각 기관이 자기 정보는 움켜쥐고, 총리 관저로 올라가는 종합 판단은늦어지는 구조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후 일본 정보공동체의 특징을 짚으며, 내각정보조사실의 조정 권한과 법적 기반이 미국식 '국가정보 조정체계'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전시기 억압의 기억 때문에 강한 정보기관에 대한 제도적 거부감이 남았고, 냉전기에는 미국 정보에의존한 탓에 독자적 역량을 키울 필요성이 작게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일본의 개혁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에서 출발한 개혁이다.

실패학의 눈으로 보면 이 지점이 중요하다. 실패는 폭발음과 함께 오지 않는다. 대개는 회의 문서가늦게 돌고, 부처 간 용어가 맞지 않고, 권한 없는 조정기구가 부탁만 하다가 시간을 잃는 방식으로온다. 정보가 흩어져 있으면 위험도 흩어져 보인다. 위험이 흩어져 보이면 책임도 흐려진다. 일본이이제야 국가정보국을 만드는 이유는 바로 그 분산의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있다.

안보가 지갑 속으로 들어온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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