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의지하다가 붓을 들었다"... 화가가 된 평범한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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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찾는 의왕 문화공간 '그린캔버스'이지만, 7월을 맞이하는 요즘 이곳을 감도는 공기는 유독 남다르다. 택지지구 개발이라는 거대한 포클레인 바람 앞에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위태로운 구옥(舊屋). 그러나 그 사라져가는 초록의 마당 입구에는 지금,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배너가 당당히 서 있다.
한국보태니컬아트 협동조합 신소영 이사장이 지도하는 가천대 평생교육원과 연세대 미래교육원 보태니컬아트 전문가과정 수료생들이 7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두 달간 펼치는 세밀화 전시이다.
"이 나이에 무얼 하겠냐고요? 이루는 기쁨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이들은 대단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화가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40대부터 60대의 평범한 어머니이자 아내, 그리고 이웃들이다.
60대 중반에 처음 붓을 잡아 어느덧 후반이 되었다는 한 수강생은 올해 생애 첫 보태니컬아트 자격증을 품에 안은 동시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까지 얻었다. "이 나이에 새로 무얼 시작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는 목표 하나로 성실하게, 꾸준하게 걸어왔을 뿐입니다."
백발이 무색할 만큼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문득 깨닫는다. 식물의 일생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그려내는 이 시간이야말로 이들의 젊음을 유지해 주는 진짜 수액이라는 것을. 젊은이들이 느끼는 성취감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인생의 황혼기에 마주한 묵직한 기쁨이다.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초록의 수액'으로 버텨내다
돌아보면 이들이 화지 앞에 앉기까지의 삶은 저마다 거친 풍랑 속에 있었다. 자식들이 커가면서 남모르게 속을 썩이고, 학업과 진로 문제로 애를 태울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엄마로서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들은 보태니컬아트를 그리며 극복해 냈다.
50대 후반에 접어들며 찾아오는 삶의 파도는 더욱 거칠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시들어 가듯 아프기 시작하고, 다 키운 자식들은 졸업과 취직, 결혼까지 앞두어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정작 '나 자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공허해지던 눈물겨운 나날들. 그 길목에서 꽃과 식물을 만났다. 세밀하게 선을 긋고 색을 채워 넣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다. "그 힘든 시간 속에서 이 그림을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배움이었다"며 수강생들은 입을 모아 고백한다.
심지어 집안에 감당하기 힘든 큰일을 겪은 후, 지독한 우울증약에 의지해야 했던 한 수강생은 보태니컬아트에서 삶을 살아갈 이유와 치유를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줄기차게 이어갈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가 바로 이 초록의 그림이었던 셈이다.
설문조사가 증명한 데이터, "우리는 그림으로 치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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