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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억짜리 지자체 슬로건, 또 바꾸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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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억짜리 지자체 슬로건, 또 바꾸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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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이면 민선 9기 새로운 지방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시정 운영에 들어간다.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청사진이 하나둘 발표될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하고 그에 맞춰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바뀌는 모습. 바뀐 슬로건에 맞춰 공공청사 외벽의 문구가 바뀌고, 홈페이지와 홍보물, 현수막, 간판이 연이어 교체된다. 시민들은 익숙했던 도시의 얼굴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문구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이 장면들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가? 도시 슬로건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단체장의 것인가, 시민의 것인가?

도시를 나타내는 브랜드 슬로건은 그저 그런 홍보 문구가 아니다. 브랜드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슬로건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모두 담은 상징이다. 슬로건이 정체성을 전달하는 핵심 수단이라면, 도시 슬로건도 마찬가지다. 그 문구는 해당 도시가 가진 고유한 이미지와 정체성을 대내외에 전달하는 '얼굴'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 때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짧고, 기억하기 쉬워야 할 뿐만 아니라, 도시만의 차별성과 고유성을 담아야 한다.

단체장 임기와 함께 바뀌는 도시 브랜드

우리나라에서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본격적으로 퍼진 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다. 서울시의 'Hi Seoul'을 시작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시 브랜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각 도시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고 투자와 관광을 유치하기 위한 브랜드 전략에 나섰다.

문제는 그 이후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장 취임하면 슬로건을 바꿨다. 새 단체장이 취임하면 새 비전이 발표되고, 기존 브랜드 슬로건은 폐기되거나 사용이 중단되었다.

서울시는 'Hi Seoul'에서 'I·SEOUL·U'로, 다시 'Seoul, My Soul'로 문구를 바꾸었다. 부산시는 'Dynamic BUSAN'을 써오다가 지난 민선 8기가 출범하고 'Busan is good'으로 브랜드 슬로건을 변경했다. 대구시는 20년 가까이 써오던 'Colorful Daegu'를 공론화 과정 없이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로 변경했다. 세종시 또한 기존의 '세종을 이롭게'에서 '세종이 미래다'로 브랜드 슬로건을 변경했다. 참고로 이 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하기 위해 부산은 8억 원, 세종시는 무려 12억 원을 썼다.

행복, 희망, 미래… 그런데 어느 도시 이야기인가?

새로운 단체장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재정립해야 할 때도 있고, 기존 문구가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 비전이 달라지는 것과 도시 정체성이 변화는 건 다르다. 도시의 정체성까지 선거 주기를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10년마다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부산과 세종의 특색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창조되지 않는다. 도시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가치와 자산은 그대로인데, 이를 설명하는 문구만 계속 교체하고 있는 셈이다.

기초자치단체로 내려갈수록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좋은 단어의 나열'에 머무르고 있다. 민선 8기 들어 새롭게 도입된 일부 슬로건을 살펴보면 도시의 역사와 문화, 산업, 자연환경 등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문구에 담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성북구의 '현장에서 답을 찾다', 서대문구의 '행복 100% 서대문!', 영등포구의 '희망·행복·미래도시 영등포' 등이 대표적이다. 단체장의 행정 철학과 정책 의지가 담겨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성북구만의 특징인지, 서대문구만의 역사인지, 영등포만이 가진 도시 자산인지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해당 문구에서 도시의 이름을 지우고 다른 지방자치단체 이름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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