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는 노동자" 첫 판결, 이를 흔드는 이들에게

우리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의 이야기다. 그는 배달대행사에서 누구보다 오래, 성실하게 콜을 타던 전업 라이더였다. 미친 듯이 콜만 타던 사람이라고, 곁에서 본 이들은 말한다. 노조에 가입한 뒤로는 그 활동을 숨기지 않았다. 산재보험은 제대로 들어져 있는지, 회사가 약속한 프로모션은 왜 다 지급되지 않는지 묻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생기니 질문이 늘었다. 회사는 질문하는 라이더를 귀찮아했고, 이내 그는 찍혔다. 얼마 뒤 그는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잘려나간 것은 라이더 한 사람이 아니었다. 질문하는 라이더, 동료들과 모이는 라이더, 그렇게 자라던 조직화의 싹을 함께 잘라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법대로 했다. 당사자와 민변 노동위원회, 라이더유니온이 함께 법정에서 다퉈온 4년이었다. 2026년 7월 3일, 서울고등법원은 그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근로자 지위를 부정한 1심을 뒤집고, 해고는 무효이며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배달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이다. 회사가 라이더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려고 쌓은 위치 기록은 법정에서 지휘·감독의 증거가 됐다. 감시의 기록이 종속의 증거가 된 것이다.
그런데 판결이 나오자 축하보다 빠르게 도착한 것들이 있다. '개별 사안일 뿐이다. 확정된 것도 아니다. 비용이 늘어 배달비가 오른다. 그러니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별도 입법으로 풀자'. 도로 위에서 이 판결을 기다려온 사람으로서, 이 말들에 하나씩 답하려 한다.
법원이 본 것은, 우리의 하루다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라이더의 하루로 번역하면 이렇다. 나는 회사 앱을 통해서만 일할 수 있다. 가게 사장님과 직접 거래할 방법도, 손님을 스스로 구할 방법도 없다. 배달료가 얼마인지, 페널티가 얼마인지, 어떤 콜이 내게 올지는 전부 회사가 정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숫자는 하나도 없다.
회사는 실시간 위치 시스템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배차 취소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복장과 용모까지 규제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묶음배달 개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갑을 조인다. 결근하면 사유를 보고받고, 전화와 문자로 출근을 독려한다. 이것이 대등한 사업자 간의 거래인가, 지휘·감독 아래의 노동인가. 법원의 답은 후자였다.
이 판단은 돌출이 아니다. 재판부는 타다 드라이버를 노동자로 인정한 2024년 대법원 판결의 기준, 즉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는 확립된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했다. 사람의 직접 지휘·감독만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와 알고리즘을 통한 간접적인 지휘·감독까지 인정했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관리자가 사람이면 갑질이 눈에 보이고, 알고리즘이면 보이지 않을 뿐이다. 통제가 없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게 됐을 뿐이다.
1심과 2심의 차이도 봐야 한다. 1심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항소심은 정반대로 판시했다. "별도의 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더라도,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만연히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보다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규정의 탄력적인 해석을 통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십 년 반복돼온 '입법 미비'라는 알리바이를 법원이 스스로 기각한 것이다.
판결 직후 업계에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 외에 대응 수단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반박이 아니라 자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수익모델은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고백 아닌가.
그리고 묻고 싶다. 그 비용, 지금은 누가 내고 있나. 사용자 몫까지 얹힌 보험료를, 오토바이 리스비를, 기름값을, 사고의 위험을 지금은 라이더가 내고 있다. 판결로 생기는 비용은 새로운 비용이 아니다. 그동안 회사가 내지 않고 도로 위로 떠넘겨온 비용의 정상화다. 라이더유니온이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지적한 대로, 플랫폼사는 근로자로 고용할 때 늘어나는 비용을 아끼려고 업무위탁계약이라는 형식을 활용해왔을 뿐이다.
"라이더는 자유롭다"는 말의 실제
로그인의 자유는 있다. 로그인 이후의 자유는 없다. 앱을 켜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켠 다음부터는 수락률과 배차 알고리즘과 미션 마감이 나를 몬다. 콜 거절이 몇 번까지 허용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제재가 내려오는지 라이더는 알지 못한다. 판결도 이 지점을 정확히 봤다. 업무 개시 여부는 선택할 수 있으나, 일단 시작하면 전적으로 플랫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일해야 한다. 지시하는 주체가 사람에서 알고리즘으로 바뀌었을 뿐, 통제의 촘촘함은 오히려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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