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마음도 괴롭힘이 될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의 <2026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처리 지침>이 나왔다.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 권한을 명시하고, 그 근거를 넓혔다.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셀프 조사'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법 시행 이후 제도는 점점 더 촘촘해져 가는데,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웬만해선 인정 안 된다던데요?' 노동부와 법원의 보수적인 시선에서 여과되지 못한 피해들이 '어지간하면 신고하지 말자'라는 교훈을 주는 현실이다. 이번 지침이 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현실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
들숨의 혐오, 날숨의 괴롭힘
우리는 흔히 책상을 내리치거나 폭언이 오가는 극단적인 상황만을 괴롭힘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가장 지독하고 치명적인 고통은 대개 '소리 없는 혐오'에서 시작된다. 특정 하급자를 향한 관리자의 불편한 감정, 사적인 호불호, 혹은 이유 없는 미움 같은 것들이다.
물론 법이나 제도가 사람의 내밀한 감정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덜 좋아하거나 피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곧장 범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위의 우위를 가진 관리자의 부정적 감정은 결코 마음속에만 조용히 머물지 않는다. 그 감정은 무의식적인 차별이 되고, 차가운 시선이 되며, 서서히 일터의 공기 전체를 오염시키는 가해행위로 변모하기 쉽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괴롭힘을 행위 중심으로 정의한다.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행위는 결코 진공 속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관리자가 특정 하급자에게 혐오나 불편한 감정을 품고 있다면, 그 감정이 태도가 되어 새어 나온다. 이때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먼지괴롭힘(Micro-harassment)'이다.
먼지괴롭힘이란 개별적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반복되고 누적되면서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고통을 주는 미세한 가해행위를 말한다. 인사를 무시하는 것, 대화에서 은근히 배제하는 것, 성과에 대해 칭찬하지 않는 것, 눈맞춤 회피, 업무 기회의 불균형한 배분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것들은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피해자의 '오해' 내지는 '자격지심'이라 여겨지고, '이게 무슨 괴롭힘이냐'라는 반론에도 자주 직면한다. 그러나 '관리자의 부정적 감정'이 기저에 있다면, 이 먼지들은 단순한 우연이나 실수의 산물이 아니다. 이러한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적대의 표현은 켜켜이 쌓여 피해자의 숨을 조인다.
보이지 않는 혐오는 어떻게 몸을 병들게 하는가
부정적인 감정을 품은 관리자 중 상당수는 자신이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냈다는 사실은커녕 그런 감정을 가졌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의 편견이나 혐오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감정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 역시 알아채지 못한다.
감정이 먼지괴롭힘으로 변모할 때, 그것은 단지 '껄끄러움'으로 끝나지 않고 피해자의 몸에 뚜렷한 상흔을 남긴다. 김승섭의 저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2023)>에서 소개된 스트레스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가장 크게 증가시키고 원상태로 회복하는 데까지 가장 오래 걸리는 급성 자극은 다름 아닌 '사회적 평가 위협(Social evaluative threat)'이었습니다. (...) 내가 하는 일에서 작은 잘못이라도 찾아내려 눈을 부릅뜨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고혈압, 우울증, 심장병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가장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전체 내용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