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공약을 국가 균형성장 전략으로 바꿀 때
7월 1일이 다가온다. 지방행정의 달력으로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출범하는 날이고, 지역정책의 달력으로는 선거의 문장이 조직·예산·조례·국비 요구로 번역되기 시작하는 날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처럼 새 행정체계의 첫발을 준비하는 지역도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출발선이 서로 따로 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은 첨단산업 유치를 말하고, 어느 지역은 긴급 민생회복을 내세우며, 어느 지역은 재정 점검과 도시교통 개편을 첫 과제로 삼는다. 모두 필요하지만, 그대로 두면 전국은 다시 국비 확보 경쟁장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말이 '이재명믹스'다. 이 말은 특정 정책 하나를 가리키는 구호가 아니라 성장, 균형, 기본사회, 기후·에너지, 자치분권을 한 묶음으로 엮는 정책 조합을 뜻해야 한다. 지방분권을 말하면서 중앙부처 예산 구조를 그대로 두면 지역은 다시 공모사업 신청자로 남는다. 이재명믹스가 실질을 가지려면 지방정부 공약을 국가 균형성장 전략으로 바꾸는 전환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 장치의 중심에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믹스'다. 균형성장은 첨단산업 유치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복지 확대만으로도 지속되지 않으며, 행정통합만으로 지역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면 부지뿐 아니라 전력, 용수, 폐수 처리, 교통, 대학 인재, 정주환경, 주민 수용성이 함께 필요하다. 청년 정착을 말하려면 일자리와 임금뿐 아니라 병원, 학교, 주거비, 문화, 교통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지방분권을 말하려면 권한 이양만이 아니라 재정, 법제도, 평가체계, 중앙부처 조정 능력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중앙부처 사업을 나열하는 자문기구가 아니라, 지역별 공약을 산업·교통·의료·교육·주거·돌봄·에너지·재정·안전의 관점에서 분류하고, 권역별 병목을 공개하며, 초광역특별협약과 특별계정, 균형성장영향평가로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이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산업과 생활, 성장과 안전, 중앙과 지방을 대립항으로 두지 않고 하나의 설계 안에서 조정하는 것, 이것이 지방시대 이재명믹스의 본질이다. 그 성패는 새 구호를 얼마나 크게 외치느냐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선거 공약을 실제 예산·권한·조례·인허가·성과지표로 번역해 시민이 체감하는 시간 단축과 위험 감소, 일자리 창출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제시의 시의성(현재성)은 분명하다. 전임 위원장이 3월 초 사의를 표명한 뒤 지방시대위원회는 직무대행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 자리의 공백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분권균형발전법 개정안은 균형성장영향평가, 초광역특별계정, 초광역특별협약, 초광역추진협의체를 제도화했다. 균형성장영향평가와 초광역특별협약은 공포 후 6개월 뒤, 초광역특별계정은 2027년부터 적용된다. 엔진은 켜졌고, 지방정부들은 출발선에 섰다. 이때 위원회가 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새 제도는 이름만 근사한 행정 용어로만 남을 수 있다. 민선 9기 인수위가 던진 다섯 가지 질문 최근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민선 9기 인수위 흐름을 유형별로 보면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은 더 또렷해진다. 첫째는 '통합·대전환형'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인수위 성격의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를 꾸리고, 기획·시민주권·산업경제·과학기술·도시공간·문화관광·보건복지 등 7개 위원회 체제로 출범 초기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둘째는 '민생·미래산업 병행형'이다. 인천은 민선 9기 인수위 출범식에서 긴급민생회복 100일 프로젝트와 ABC+E 전략을 함께 언급했다. 골목경제와 미래산업을 동시에 붙잡겠다는 뜻이다. 셋째는 '국정연계·예산대응형'이다. 충북은 '충북 대전환 인수위원회'를 내걸고 새 정부 국정 방향과 국가 예산 편성 과정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강조했다. 넷째는 '생활권·도시문제 해결형'이다. 청주시는 행정안전, 산업경제청년, 문화체육복지, 도시교통환경 등 4개 분과로 인수위를 구성했다. 경기 광주시 인수위 보도에서는 교통, 교육, 경제, 의료서비스 부족과 재정 집행률 점검이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 다섯째는 '참여·플랫폼형'이다. 전문가들은 민선 9기 지방정치가 일방적 지시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역 현안은 갈등을 동반한다. 지방시대위원회가 강해져야 하는 이유도 지방을 지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기업과 대학, 주민과 시민사회를 한 테이블에 올려 이익과 부담의 배분 원칙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전문가 의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강현수 전 국토연구원장은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인구 정책이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균형발전 정책과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균형발전 정책은 고용, 교육, 문화, 의료, 과학기술 등 정부의 다른 핵심 정책과도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재호 전 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정치행정학자는 "이제 리더는 스스로 정답을 내놓으며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아니라 연결자, 지원자, 촉진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플랫폼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결국은 두 의견은 지방시대위원회가 정책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정책 사이의 충돌을 줄이고 현장의 우선순위를 국가 재정과 연결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