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냐 회복이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자연의 눈으로 바라보면, 돈의 흐름은 두 줄기로 양분된다. 하나는 자연 친화적인 접근법(Nature based Solutions)으로 인류 사회가 직면한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데 투입된 돈이고, 다른 하나는 화석 연료 산업 등 지구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영역에 투자된 돈이다. 아래 그림은 2023년 한 해 동안 지구촌의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①자연 친화적 금융에 투입된 돈은 2200억 달러(약 331조 원) 수준인 데 반해 ②자연 파괴적 영역으로 유입된 돈은 7조 3000억 달러(약 1경 1000조 원)에 달한다. 지구를 살리는 일보다 지구를 죽이는 일에 30배가 넘는 돈이 흘러갔다는 뜻이다. 자연 친화적 금융을 살펴보자. 공공이 9할, 민간이 1할이다. 공공 부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민간 부문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자연 파괴적 금융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민간 부문이 공공 부문의 2배가 넘는다. 4조 9000억 달러(약 7494조 원)의 민간 자금이 지구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에 투입됐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공도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2조 4000억 달러(약 3616조 원)에 달하는 공공 자금이 자연 파괴적 영역에 흘러 들어갔다. 시민들이 낸 세금이 화석 연료 산업을 보호하는 보조금으로 쓰이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밖으로는 탈탄소를 외치면서도, 안에선 자국 화석 연료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자기 분열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모순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민간 자금이 지구를 살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정부가 환경에 유해한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환경에서 금융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녹색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2026.1)는 '지구의 미래가 걸린 기후 위기에 모든 국가가 한마음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결의가 얼마나 공허한 선언인지를 보여준다. 넷제로(Net-Zero)에 도달하려면 자연 친화적 활동을 매년 2.5배 이상 늘려가야 하는데, 지금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잉거 앤더슨(Inger Andersen)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자연 친화적 활동은 더디게 진행되는 반면, 자연에 해로운 투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선택지는 파괴에 동참하거나 회복을 위해 투자하거나,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라고 말한다. 전체 내용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