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의 'AI 회칙', 깊이 공감 하면서도 불안이 남는 이유
최근 레오 14세 교황이 발표한 회칙 (Magnifica Humanitas)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언론은 이 문서의 부제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보호'라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흔히 'AI 회칙'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 문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존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번 회칙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문헌이 아니다. 교황청은 이미 수년 전부터 AI의 위험성과 윤리 문제를 반복해서 경고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교황청의 문제 제기가 단순한 기술 공포나 보수적 반기술주의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교황청은 AI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황청은 AI가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을 대체하거나 지배하려는 권력의 방향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교황청 산하 생명학술원이 2020년 발표한 (Rome Call for AI Ethics)이었다. 이 문서는 교황청이 처음으로 AI 윤리를 국제 사회에 체계적으로 선언한 문헌이었다. 당시 교황청은 아이비엠(IBM)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인간 중심 AI'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문서는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같은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교황청은 '알고리즘 윤리(algor-ethics)'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알고리즘 역시 인간 사회의 윤리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청은 AI를 단순한 계산 기계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알고리즘이 인간 사회의 가치관과 권력 구조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AI는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곧 AI와 알고리즘은 윤리적 성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시기에 더욱 선명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4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Artificial Intelligence and Peace)에서 AI와 전쟁의 결합을 정면으로 경고했다. 그는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가 살상 결정을 내리는 자율무기 체계가 인간 존엄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딥페이크와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알고리즘이 인간의 감정과 정치적 성향을 조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극단주의와 정치적 양극화를 생각하면 이러한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