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기분전환'... 이발소 팻말 '기분전환'의 황당한 정체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 특징의 하나로 정신을 꼽는 데에 주저할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정신이 단일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 이후 이성을 정신의 다른 이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지배했다. 세계의 원리를 밝히고,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정신적 경향이다.
하지만 정신에는 이성과 상반되는 특성이 있는 요소가 상당히 많다. 감정·충동·무의식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요소들을 포괄한다. 그런데 정신적 착란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착란은 일반적으로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뜻하는데, 망상·환각·착각처럼 심각한 상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 기능의 저하에 머물지 않고, 없는 현상을 보거나 믿는 환각·망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머리의 돌이 광기를 일으킨다는 생각
사람들은 이를 흔히 '광기'라고 부른다. 광기가 인간 정신의 범위를 벗어난 비정상·비인간 영역이기에 사람들로부터 배제·격리해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본래 인간 정신에 속한 한 부분이기에 이성은 물론이고 다양한 감성과 더불어 공존해야 할 내적 성질인가? 정신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본질에 다가서는 길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화가 얀 샌더스 반 헤메센(1500~1566)의 <광기의 돌 제거>는 광기를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중세 후반기에 광인을 치료하는 광경이다. 당시 칼로 머리를 가르고 광기의 돌을 제거하는 외과 의사의 모습을 묘사했다.
가운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는 인물이 광인이다. 수술하는 동안 꼼짝하지 못하도록 두꺼운 천으로 몸과 팔을 의자에 꽁꽁 묶어두었다. 옆에서 붉은색 모자를 쓴 사람이 칼로 이마를 째고 무언가를 꺼내는 중이다. 탁자 위에는 갈고리 모양의 다른 수술칼을 비롯해 관련 도구들이 놓여 있다. 오른편으로는 신부로 보이는 사람이 두 손을 잡고 하늘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듯하다.
수술은 대체로 이발사들이 맡아서 했다. 중세 의사들은 피를 보는 수술을 천하게 여겨 경멸했고, 교회도 사제들에게 피를 보는 외과적 처치를 금지했다. 이발사들이 평소에 면도용 칼을 다루는 능숙한 손재주가 있었기에 수술을 맡았다. 이를 뽑는 치과 치료, 종기를 제거하고 봉합하는 등의 외과 수술을 수행했다. 일부 이발사들은 이발소 앞 팻말에 '면도, 헤어컷, 기분전환'이라는 팻말을 걸어 놓기도 했다. 기분전환이란 간단한 뇌수술을 의미했다.
유럽에서 유행한 이발사들의 광기의 돌 제거 장면을 여러 화가가 작품에 담았다. 중세 이발사들은 온갖 의료행위를 했다. 독일 인문주의자이자 풍자 작가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대표작 <바보 배>에서 이발사들의 의료행위를 다음과 같이 기록해 두었다. "이발사가 약초를 고아서 제조한 고약으로 곪은 데, 찔린 데, 뼈 부러진 데, 칼에 베인 데 등 아무 상처에나 덕지덕지 발라대니 못 보는 진료과목이 없다네."
그 시대에는 뇌에 작은 돌이 있어서 광기를 불러일으킨다고 믿었다. 17세기 후반에도 정신 질환자를 '머리에 돌이 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발사가 막 그 돌을 꺼내는 중이다. 왼쪽의 막대 위에는 그가 꺼냈다고 홍보하는 '광기의 돌'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실제로 돌이 들어 있을 리는 없고, 피 묻은 돌멩이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보여주었다고 한다. 혹은 뇌를 싸고 있는 뼛조각 일부를 떼어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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