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파는 메모리, 벌써 공급 과잉 우려?…"상승 사이클 끝" 경고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쉼없이 상승하던 반도체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2028~2029년부터 공급 과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를 웃도는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6월 고점 대비 주가가 3분의 1가량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국내 주가는 약 40% 떨어졌고 마이크론도 30% 이상 하락했다.
FT는 이 같은 주가 변동성이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수요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증설 경쟁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반도체 업체들은 향후 2~3년간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투자하고 있다"며 "하지만 AI 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메모리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수요가 둔화될 경우 공격적인 증설이 2028년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AI 믿고 증설 경쟁…'빅쇼트' 버리 "상승 사이클 끝 신호" 경고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간 생산능력을 두 배, 2034년까지는 세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총 1100조원을 투자해 용인 D램 공장 4개를 비롯해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과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정부 발표를 통해 2040년까지 국내 반도체 사업에 총 2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2035년까지 미국에 2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아이다호·뉴욕·버지니아 등에 신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본 히로시마 D램 공장과 인도 등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이러한 투자 확대를 "이번 상승 사이클의 종말이 시작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이크론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며 "마이크론은 전형적인 경기순환주로, 좋을 때는 과도하게 오르고 나쁠 때는 과도하게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빅테크들의 AI 투자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AI 투자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가 남는 AI 컴퓨팅 용량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AI 인프라 구축 이후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 과거와 다른 메모리 사이클 될까…최대 변수는 中 CXMT
다만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맥쿼리의 다니엘 김 애널리스트는 "경험이 가장 큰 적"이라며 "모든 사이클은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 투입량이 많고 미세공정 난도가 높아 공급 확대가 과거만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램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수년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수금 지급과 최소 가격 보장 등이 포함된 장기 계약은 "극심한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을 반복하는 산업의 변동성을 줄이려는 공급자와 고객 모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현재 진행 중인 공장 건설 계획을 앞당기더라도 실제 공급 증가가 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까지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엽계는 최대 변수로 중국을 꼽고 있다.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올해 말 월간 웨이퍼 생산능력을 35만장, 2028년 말에는 50만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98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 증설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전 세계 D램 웨이퍼 순증설 물량의 약 30%를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권 교수는 "결정적인 변수는 중국"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를 조절하겠다고 하지만, CXMT가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증설하면 공급을 통제하기는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XMT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본격적으로 흔들 수 있을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보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가속기용 핵심 메모리인 HBM에서는 아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선두 업체와 상당한 기술 격차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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