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보 성향
70대 후반이 된다는 것
오마이뉴스

지난 22일 원고를 투고해 놓고 마음을 달래려 청계산으로 향했다. 배낭을 꾸릴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물병을 꺼내놓고, 도시락을 꺼내놓고, 이것저것 챙기다가 전화가 와서 잠깐 받았을 뿐인데, 정작 배낭에는 물도 도시락도 넣지 않은 채 그대로 집을 나섰다.
산 중턱에 앉아 목이 말라 배낭을 열어보고서야 알았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번에도 물과 도시락을 식탁 위에 나란히 꺼내놓고, 정작 배낭에는 넣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가 한참을 걸은 뒤에야 깨닫고 되짚어 돌아간 적이 있다.
정상 부근 벤치에서 잠시 쉬며 전화기를 꺼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다시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전화기가 없다는 걸 알았다. 벤치까지 되돌아가 찾아 들고 내려오는 길, 이번엔 지갑이 허전했다. 다시 벤치 근처를 살피며 걸어온 길을 되밟았다. 다행히 벤치 틈에 끼어 있는 걸 찾았다.
요즘 나는 등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가도 옷이나 장갑, 모자를 산속 어디엔가 두고 오기 일쑤다. 아차 싶어 왔던 길을 되짚어 올라가 보면, 내가 깜빡하고 남겨둔 물건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고이 놓여 있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않는 고마운 세상이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발걸음 끝에 밀려오는 스산함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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